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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팔이 골절돼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는데 보험으로 치료비의 몇 %를 보상받을 수 있나요”. 전화를 받은 보험사 콜센터 상담원의 화면에 ‘25%’라는 숫자가 곧바로 뜬다. 상담원이 이전처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하고 고객이 가입한 보험 이름, 진단명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약관을 찾아 읽으며 설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을 대신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포티투마루(42Maru)의 질의응답(QA)·텍스트 분석(TA) 기술이다. 질문 의도를 이해해 방대한 데이터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AI 기술이다.
포티투마루는 김동환 대표가 2015년 SK커뮤니케이션즈를 그만두고 나와 차린 회사다. 검색엔진 회사 엠파스 엔지니어였던 그는 엠파스가 SK컴즈에 흡수되면서 검색사업본부장으로 일하다 퇴사했다. 19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QA·TA 기술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기계독해 기술은 글을 읽고 의도를 이해해 질문의 답을 정확히 찾는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페이지별로 줄줄이 나열되는 검색 결과를 하나씩 클릭해 내가 찾는 게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포티투마루는 2018년 스탠퍼드 대학이 주최한 글로벌 기계독해 경진대회(SQuAD 2.0)에 나가 구글 팀과 공동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텍스트나 음성을 인식해 원하는 정보를 찾는 포티투마루의 AI 기술은 콜센터에서 많이 쓰인다. 그는 “콜센터 직원도 약관을 다 외우고 있는 게 아니라 키워드를 치고 들어가 찾아 답변한다. QA 기술이 사람이 하던 이런 과정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상담 내용도 AI가 요약해 기록해준다”고 했다. 기계독해 기술은 기업 내부 업무 분야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가령 수십명이 나눠쓰는 선박 설계 문서에서 스펙 오류를 찾아내거나, 법률 계약서에서 독소 조항을 찾는 식이다. 포티투마루는 이런 잠재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말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웹케시그룹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포티투마루는 올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늦춰진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틈새 시장을 노린다. 김 대표는 “다음 달 영국 등에 가 3개월 정도 머물면서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며 “코로나 팬데믹 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고객 사례를 만든 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미국에 비하면 언어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한국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했다. 또 “법률, 헬스케어 등 사업 분야도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