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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최근 ‘아까시나무에 꽃이 피면 산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산불은 나흘째 이어지고 있으며, 3일 오전 8시 기준 752㏊의 산림에 피해를 입혔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올해 6월 산불 발생 위험도를 예측한 결과, 평년보다 산불 발생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8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40년간 산불 위험지수 시계열 변화와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인자들간 상관분석을 실시했다. 6월 산불 발생위험과 상관성이 높은 기후인자는 4월의 서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 동서 바람, 상대습도이며, 이러한 인자들을 분석한 결과 평년보다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과거 40년 분석 자료 중 상위 5번째로 위험 등급 ‘높음(경계)’ 단계에 해당한다. 또 1960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60년간 기상관측 자료를 활용해 20년 단위 산불 기상지수 변화 분석 결과, 우리나라 봄·가을철의 산불 발생 위험도 증가 경향과 함께 6월의 산불 위험도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산불 기상지수는 습도, 온도, 풍속, 강수량을 활용한 산불 발생위험도를 점수화한 것이다. 특히 1960~2000년과 비교했을 때 2000년 이후에는 6월의 산불 기상지수가 2~4정도 증가했으며, 이는 상대적으로 산불 발생 위험성이 30~50%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도 산불이 빈번하게 일어나며 ‘아까시나무에 꽃이 피면 산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은 옛말이 됐다.
우리나라의 산불은 주로 3∼4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는데 최근 들어서 발생 시기가 길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200개에 해당하는 산림이 소실됐으며, 지난달 31일에도 경남 밀양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이석우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보전연구부장은 “건조한 대기상태가 오래 지속되는 기상 여건과 맞물려 작은 불씨로도 대형산불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산림청은 오는 19일까지를 ‘산불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산불예방 및 대응태세 구축을 강화하는 등 산불방지에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중앙 및 지역산불방지대책본부를 24시간 비상근무체계로 전환해 산불취약지역을 중심으로 계도·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접근이 어려운 산악지역은 드론, ICT플랫폼 등 최신 과학기술을 활용한 첨단감시자산을 투입해 산불 예방 및 감시체계를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올해 들어 6월 1일까지 산불발생은 모두 597건으로 예년과 비교해 1.6배 가량 늘고 6월에도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상황”이라며 “작은 불씨라도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지 말 것과 산에 갈 때 인화물질을 소지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