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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 생큐!"…출판계, 농익은 글맛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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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기자I 2026.06.08 05:40:00

문학세계사 ''어르신 짧은 글 공모전''
윤명숙 ''시니어 하우스 일기'' 등 화제
한국작가회의, 세대 교류 회고록 추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03세 최고령 어르신의 유쾌한 시부터 85세에 시작한 시니어하우스 독립기까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최근 출판계는 노년을 돌봄과 보호의 대상이 아닌, 삶의 지혜와 깊이를 지닌 이야기의 주체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먼저 그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마주할 삶의 예고편이다.

7일 출판계에 따르면 문학세계사가 개최한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은 역대 가장 많은 응모자를 기록했다. 2024년 첫 공모 당시 5800명이던 응모자는 △2025년 8500명 △2026년 1만1000명 등 매년 증가세다. 올해는 응모작 가운데 87편을 선정해 작품집 ‘가까이 있어서 고맙다’에 실었다. 수록 작가 87명의 평균 나이는 73세다.

“딸아이 휴대폰에는/ 반려견 사진/ 내 휴대폰에는/ 딸아이 사진”(김용길 ‘휴대폰’)

“같은 얘기 세 번째다/ 처음 듣는 척 해준다/ 우리 둘 다 프로다”(장순미 ‘친구’)

김요일 문학세계사 이사는 “삶의 연륜에서 비롯된 유머와 담담한 통찰이 공감과 웃음을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세대간 교류 기반 회고록 쓰기’ 기획위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는 올해 ‘세대 간 교류 기반 회고록 쓰기’ 사업을 처음 추진한다. 지역 어르신 50명과 청년 작가 50명을 1대 1로 연결해 총 50편의 회고록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는 4억 원 규모로 청년 작가에게는 500만 원의 원고료를, 어르신에게는 50만 원 상당의 사례비를 지급한다.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주민, 시장과 골목의 시간을 견뎌온 생활인 등 모두가 회고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박한 한국작가회의 팀장은 “위대한 위인의 삶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묵묵히 살아낸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100세 시대를 넘어 12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젊은 층과 어르신들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화제를 모은 칼럼 ‘윤명숙의 시니어하우스 일기’도 ‘명랑한 독립’(김영사)으로 출간됐다. 윤명숙 작가는 67세에 등단했고, 83세에는 첫 책 ‘나로 말할 것 같으면’을 펴내며 ‘인생에 늦은 때란 없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했다.

남편이자 한국 현대미술계 거장인 고(故) 박서보 화백을 2023년 떠나보낸 뒤 그는 비로소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자녀들의 만류에도 시니어하우스(실버아파트) 입주를 결심한 그는 입소 연령 상한선인 만 85세를 충족해 새 삶을 시작했다.

책에는 자동차와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뒤 ‘어르신 무료 교통카드’로 외출하는 일상, 공동 식당에서 이웃들과 삼시세끼를 함께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출판사 관계자는 “책을 통해 낯설게만 느껴졌던 나이 듦과 노년이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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