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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 AI 투자 늘었다더니…‘리벨리온’ 착시 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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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기자I 2026.04.07 04:43:05

올해 1분기 AI분야 투자액 전년 대비 4.2배 늘었지만 상위 쏠림 심화
리벨리온 전체 투자금 65.1%차지...업스테이지 등 상위 4개사 78%
AI 투자 건수 전분기 92개 →50개로 감소
반도체·인프라 쏠림 심화…“검증된 기업에만 자금 몰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올들어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이를 시장 전반의 회복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 전반에 고루 투자가 이뤄졌다기 보다는 소수 대형 거래에 집중된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7일 자본시장 데이터베이스 기업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I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액 9838억원 가운데 리벨리온(Rebellions)이 차지한 금액은 6400억원으로 65.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벨리온은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최근 대규모 프리IPO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3조원대 중후반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시장에서는 2027년 상장을 목표로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AI 투자는 수치만 놓고 보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AI 관련 기업 투자액은 1년 전 같은 기간 2332억원과 비교해 약 4.2배 수준으로 커졌다. 최근 5년 평균 분기별 AI 투자액 역시 약 3853억원으로,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다만 이 증가폭을 AI 투자 저변 확대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번 분기 투자액 상당 부분이 리벨리온 대형 단일 거래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리벨리온 외에도 올해 1분기에만 생성형 AI 기업 업스테이지가 470억원 규모 시리즈B 후속 투자를 받았고, AI 신약 설계 플랫폼 기업 갤럭스는 420억원 규모 시리즈B를 유치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도 405억원 규모 프리IPO를 마무리했다. 리벨리온을 포함, 이들 4개 기업이 1분기 끌어간 자금은 모두 7695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AI 투자액의 78.2%를 차지했다. AI 투자 확대처럼 보이는 수치 상당 부분이 사실상 소수 딜에서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상위 몇개 AI기업이 전체 시장을 커보이게 하는 이른바 ‘리벨리온 착시’는 이번 분기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3분기 AI 투자액은 8568억원으로 전 분기(1467억원)대비 4.7배 뛰었다. 겉으로는 AI 투자 열기가 급격히 살아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소수 대형 딜 영향이 컸다. 당시 리벨리온이 약 2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3400억원 규모 시리즈C를 유치, 전체 AI 분야 투자액의 39.7%를 차지한 것이다. 리벨리온 외에도 지난해 3분기에는 퓨리오사에이아이가 1700억원 규모 시리즈C를, 업스테이지는 62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분기 수치를 끌어올렸다.

이처럼 소수 기업의 대형 자금조달이 통계를 끌어올리는 사이 실제 투자 저변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AI 투자 건수는 지난해 1분기 60건, 2분기 65건, 3분기 79건, 4분기 90건으로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52건으로 다시 줄었다. 외형상 투자금 자체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로 투자금을 받는 기업 수는 감소한 셈이다. 전체 투자금 증가에도 실제 체감이 따라오지 못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분야 안에서의 자금 분포 역시도 고르지 않았다. 올해 1분기 AI 투자금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가 차지한 금액은 6440억원으로, 전체의 65.5%에 달했다. 리벨리온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AI 투자시장이 반도체와 인프라, 이미 기술 검증이 이뤄진 일부 딥테크 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범용 서비스형 AI나 초기 응용 기업보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간거래(B2B) 기술, 기업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에 자금이 먼저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는 높아진 기업가치 부담과 제한적인 투자 대상이 함께 거론된다. AI를 전면에 내세운 스타트업 수는 빠르게 늘었지만, 실제로 수백억원대 자금을 집행할 만한 기술력과 사업화 수준을 갖춘 기업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VC 입장에서는 최근 단순히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무늬만 AI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을 선별해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내는게 더욱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기술 차별성은 물론 고객 기반, 매출 가시성, 후속 투자 가능성, 향후 회수 경로까지 함께 확인되는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AI라는 간판만으로도 투자 검토가 가능했다면 지금은 실제 기술 경쟁력과 매출 연결 가능성을 훨씬 더 엄격하게 본다”며 “시장에 AI 기업은 많아졌지만 기관 자금을 크게 집행할 만한 회사는 제한적이어서 자금이 반도체와 일부 검증된 기업으로 몰리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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