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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정책 제동에 바이든 “비정상적” 반발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소수자 대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에 대해 6대 3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인종이 아니라 학습 성과로 입학자를 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대법관은 모두 위헌 의견을, 진보 대법관은 모두 합헌 의견을 냈다.
대법원은 다음 날엔 저소득·중산층에 학자금 대출을 감면·탕감해주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도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 정책이라면 제동을 걸었다. 같은 날 종교적 이유로 동성 커플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한 행위에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두 판결 역시 보수 대법관과 진보 대법관의 판단이 6대 3으로 정확히 갈렸다.
미 대법원이 진보적 의제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엔 임신 15주차까지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 주법에 합헌 결정을 내리며, 임신 24주까지 자기 결정권으로서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었다. 대법원은 연말에도 총기 규제나 행정명령의 규제 범위 등 민감한 판결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핵심 정책으로 추진했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이 시작되자마자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낙태권 판결 대응 등 진보적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지지층에게 받아왔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판결이 나오자마자 “법원이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며 비판하며 새로운 학자금 경감책을 내놓겠다고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날 소수자 우대 정책이 사실상 폐기된 직후에도 “비정상적이다”며 “(현 대법관들은) 역사상 어느 대법원보다도 기본권을 무력화하는 판결을 많이 내리고 있다”고 직격했다.
◇판결 두고 갈라진 美 진보-보수…바이든에 호재 전망도
이처럼 미 대법원이 보수적 판결을 이어가는 건 보수 6, 진보 3으로 갈라진 대법원 구성 때문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미국 대법관은 보수 5, 진보 4로 구성됐지만 도널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치며 보수 성향이 더 짙어졌다. 중도 성향 대법관이 좌우를 오가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임명된 대법관들은 모두 강성으로 분류된다.
대법원의 보수화에 진보적 시민단체 등은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라 매클래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 시점에서 국가가 할 일은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없애는 게 아니라 (기회의) 문호를 더 넓게 여는 것이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Z세대 연합회는 학자금 대출 판결에 “법원이 Z세대에 전쟁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을 위시한 보수진영에선 대법원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수자 우대 정책 위헌 결정에 대해 “완전히 능력에 기반한 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며 옳은 길”이라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밝혔다.
최근 대법원 판결은 내년 대선에서도 쟁점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이것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엔 호재, 공화당엔 악재가 될 수 있다고도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도 막판 낙태권 문제가 불거지고 진보·여성 유권자가 결집하면서 민주당이 예상을 뒤엎는 선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판결들은 청년층이나 흑인·히스패닉 등의 표심을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흑인 최초로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마이클 스틸은 “흑인 커뮤니티가 기회를 빼앗기는 상황에서 공화당이 이들에게 다가가기 더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