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분기배당의 경우,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이 배당기준일로부터 45일 이내에 개최하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배당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어 배당기준일이 배당액 확정일에 앞서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배당을 결정하는 이사회 결의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배당 지급기한은 배당결의일로부터 30일 내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통상 배당 기준일은 12월 말에, 배당액이 확정되는 주주총회는 이듬해 3월에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관행 때문에 투자자들은 배당금이 얼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배당 투자를 결정하고 주총에서 결정되는 배당금을 수령해왔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깜깜이 배당으로 한국 증시는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주주 권리보호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그러나 이번 제도 변화로 배당정책 선진화 및 상장사 주주가치 제고의 계기가 마련되고 배당투자 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절차 개선에 앞장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결국 중요한 건 기업이라고 짚었다. 사실 결산배당의 근거가 되는 상법 조문에는 ‘의결권을 행사할 자’와 ‘배당받을자’가 구분돼 있고, 해당 영업연도의 배당을 결산기 말일 기준 주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실정법상 근거도 없는 상황이지만 기업들이 관행적으로 결산기 말일을 의결권기준일 및 배당기준일로 정하여 배당 절차를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절차 개선도 관련 법이 개정되는 것이 아닌 만큼 배당액확정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하는 것을 강제하지는 않는다. 금융위원회는 상장사의 배당절차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2월 중 절차 개선에 필요한 표준정관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하고 2024년부터는 배당절차 개선 여부를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배당절차 개선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로 △자본시장 선순환 구조 마련 △증시변동성 완화 △시장효율성 제고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도 명확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다. 금번 배당절차 개선은 외국인 투자자들도 오랜 기간 동안 개선을 요구해 온 사항으로 글로벌 정합성이 높아지면 우리 증시의 질적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배당절차의 개선이 상장사로 하여금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무조건 높이도록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배당투명성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상장사의 배당정책과 주주환원 정보에 대한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며 기업의 배당결정이 시장에 반영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가 2023년 업무보고를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정책과제로 제시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배당제도는 물론 자사주 취득·처분 목적 등에 대한 공시 강화, 대량보유보고의무(5%룰) 위반 시 제재 강화,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을 포함한 기 관투자자의 책임투자 활성화 계획 등이 추진되며 주주가치 중심의 투자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