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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경직된 규제요금 체계가 소비 절약, 에너지 자급 노력 등의 유인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면서 “에너지 생산, 소비의 사회적 비용이 적기에 반영되도록 에너지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 자율성을 강화해 에너지 소비 행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한전이 올 2분기 5조3681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 적자를 냈던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3조155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한전의 실적 악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한 연료비 인상분을 제때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유럽의 경우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인한 원가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상당부분 반영하며 에너지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원가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전기요금에 대한 정비 방안을 수립하고, 예산을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전은 지난 16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분기 조정 최대 폭인 ㎾h(킬로와트시)당 3원 올려야 한다는 요구안을 정부에 제출하면서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을 확대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 △물가 상승 우려로 연료비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현행 도시가스 요금처럼 미수금으로 계상해 추후 정산하는 방안 등을 요구했다.
최 전문위원은 보다 강력한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전기요금 원가요인의 일정 수준을 자동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변동 요인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에는 수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 변동폭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도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최우선 과제는 탄소 비용과 시장원가를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에너지 가격신호의 정상화와 전력산업구조의 개선”이라면서 “전기요금 결정 등 전력 소매부문의 경우 독립 규제기구를 강화하고, 민영화 오해와 논란을 불식하는 선에서 소매시장의 유연화· 다양화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전력도매가격(SMP)상한제에 대해선 “한전 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제도는 연료비 급등으로 전력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한시적으로 평시 가격을 적용해 한전의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전이 오롯이 떠안고 있는 비용 부담을 발전사들과 나누려는 취지인데, 한전 적자를 민간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 SMP 상한제 도입은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면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간 발전소들이 전력 공급을 줄여 에너지 수급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영탁 교수도 “한전의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력 도매시장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면서 “전력 도매시장에 하루전시장 외에 선도시장과 계약시장 등을 도입해 리스크를 헷징할 수 있도록 하고, SMP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도매시장 정산구조도 기간별·유형별로 다양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