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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못 간다"…中企옴부즈만 이전 반대 나선 경제단체

김호준 기자I 2021.07.07 08:55:14

서울 종로구 옴부즈만지원단, 8월 말까지 세종 이전
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 "이전 계획 재고" 요청
지난해 옴부즈만 현장소통 80%가 서울 및 수도권
규제애로 개선 협의 기능 약화 우려도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애로 전담기관 ‘중소기업옴부즈만’(이하 중기옴부즈만) 세종 이전을 두고 경제단체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다음 주 세종으로 이전하면서 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옴부즈만지원단 역시 이전이 예정돼 있지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단체들은 기업 규제애로 해소 활동에 차질을 우려하며 수도권 존치를 탄원하고 나섰다.

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는 최근 행정안전부에 옴부즈만지원단의 수도권 존치를 탄원하는 공문을 보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명의로 보낸 이 공문에는 “최근 중기부가 추진 중인 옴부즈만지원단 세종 이전 계획과 관련, 접근성 저하로 인한 기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 단체의 경우 상당수 회원이 고령으로 방문 및 대면협의 방식을 주로 이용하고 있어 지리적인 근접성이 중요하다. 옴부즈만지원단 사무실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재고해주실 것을 건의드린다”고 명시돼 있다.

중기중앙회와 함께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다른 경제단체도 옴부즈만지원단 수도권 존치 필요성을 행안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명의로 행정안전부에 보낸 ‘중소기업옴부즈만 지원단 수도권 존치 건의’ 공문. (사진=중기중앙회)
중기옴부즈만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애로를 해소하는 1인 기관(차관급)이다. 지난 2009년 고(故) 이민화 초대 옴부즈만을 시작으로 김문겸 숭실대 교수 등이 이 자리를 거쳤다. 지난 2018년부터는 대주·KC그룹 회장인 박주봉 중기옴부즈만이 활동하고 있다. 박 옴부즈만과 옴부즈만지원단 직원들은 지난해 기업 현장소통 157회를 실시해 불합리한 규제 2103건을 철폐했다.

박 옴부즈만은 현재 서울 종로구에 있는 옴부즈만지원단이 중기부를 따라 세종으로 내려갈 경우 규제애로를 위한 활동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규제애로 개선 협의를 위해서는 수도권에 모여 있는 주요 정부 기관이나 기업, 협·단체와 수시로 만나 실무적인 논의를 해야 하지만,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면 이 같은 소통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중기옴부즈만이 진행한 현장소통 157회 중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서 가진 간담회는 125회로 전체 80%를 차지한다.

박주봉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지난 3월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 인천지역 S.O.S Talk 규제 애로 해소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박 옴부즈만은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해야 하는데 지원단만 세종에 두는 건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격”이라며 “이미 전임 (정세균) 총리가 지원단을 서울에 두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다시 번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중기부 옴부즈만지원단 운영규정 3조에는 ‘옴부즈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중기부 본부 소재지 이외의 곳에 사무실을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규정상으로는 지원단을 서울에 둬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지원단 소속 직원 일부가 다른 기관에서 파견을 와 근무한다는 점도 이전 걸림돌이다. 지원단은 각 분야별 규제 관련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기관으로부터 온 ‘파견 전문위원’을 두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협·단체로부터 2년 주기로 파견되는 직원들의 경우 세종시로 근무지가 바뀔 경우 장기적으로 옴부즈만지원단 근무를 꺼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중기부는 계획대로 8월 말까지 지원단 세종 이전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단, 규제애로 상담실 등 최소 시설과 인원은 서울에 남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무적으로 차질이 있더라도,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정부 기관을 옮기는 균형 발전이 큰 방침이기 때문에 (지원단도) 안 내려갈 수는 없다”며 “기업 현장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자는 옴부즈만 본연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조직을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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