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아트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꼬리의 언어학' 등 3개 테마 구성
움직임의 아름다운 균형감 선사
|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꼬리의 언어학’(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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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감각적인 이미지와 충격적 비주얼 그리고 움직임의 해체를 실험적으로 선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무용가 김보라가 7월 26일부터 3일간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을 펼쳤다. 이번 공연은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라는 기획으로 트리플 빌의 콜라보로 진행됐다. 이스라엘 출신으로 바체바 무용단에서 독립무용가로 변신한 샤하르 빈야비니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자신의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샤론 프리드먼이 각각 ‘실리콘 벨리’, ‘파라다이스’로 참여했다. 김보라는 무대의 마지막을 ‘꼬리 언어학’으로 장식하며 120분의 공연을 마무리했다.
빈야비니의 작품 ‘실리콘 벨리’는 인체의 창의적 움직임이 구사하는 사이버 복제의 실태를 마주하게 하며 인간미와 기술미의 미묘한 균형감과 공간감을 무용수들의 순전한 움직임을 통해 구현했다. 검은 심장, 검은 언어, 검은 세상이 될지 모르는 새로움에 관한 추구와 무분별한 생산은 무용수의 획일적 표정의 가시화와 통일적 움직임을 통해 우리들에게 인간미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공이라는 소품의 미묘한 균형감과 뿌린 대로 거두는 원이라는 회귀의 의미를 비트감 있는 음악과 색감 있는 조명이 힘을 보탠다. 상상이 이루어질지 모르는 미래의 현실을 긴장감 있는 움직임과 동적 에너지, 그리고 구성적 연출을 통해 완성했다.
프리드먼의 ‘파라다이스’는 두 무용수의 완벽한 호흡과 절제된 테크닉, 그리고 안무를 곱씹어 숙성시킨 원숙함이 더해졌다. 관객들에게 파라다이스에 관한 의미를 두 명의 무용수를 통해 인간사로 확대시키며 기승전결의 구성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함께하는 곳을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한 몸짓은 템포와 움직임의 특질을 변형해 이러한 정의가 얼마나 가벼운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대된다. 움직임은 거칠게 변형되고 몸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지만 결국, 그럼에도 함께하는 곳, 같이 만들어가는 곳이 파라다이스임을 두 무용수의 몸짓을 통해 발설한다. 움직임의 진화와 변형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마지막 작품은 김보라의 ‘꼬리의 언어학’이다. 2014년에 초연해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공연하며 열광적 호평을 얻고 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작품이다. 무대를 조형적인 디자인으로 설계하며, 색감이 주는 이미지를 천재적으로 연출하는 김 안무가는 초연과 달리 9명의 무용수를 무대에 세워 원초적이지만 세련된 몸적 코드의 구성적 배율을 체현했다. 개념에 함몰되어 몸짓을 통해 새로움이나 희열을 기대하는 것이 사치가 된 컨템포러리 댄스의 현 실태를 비웃듯이 주제의식과 함께 움직임의 아름다운 균형감을 완벽하게 선사했다. 안무가와 함께 해체적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데 일조한 음악, 소품, 의상, 마지막으로 초감각적 에너지와 열정을 동원한 무용수들의 헌신이 실로 감동적이다.
사립단체가 무용단을 운영하는 것이 녹록하지 않은 현 실정에서 좋은 무용수를 확보하고 해외 게스트를 초청해 공연하는 것은 오롯이 김보라 안무가의 힘이다. 그리고 그러한 힘은 무대를 마친 이후 극장에서 떠나지 않으며 심미적 교감을 함께 나누는 관객들의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향후 그녀가 발 딛을 컨템포러리 댄스의 여정이 무척 기대되는 이유다.
|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꼬리의 언어학’(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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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꼬리의 언어학’(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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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실리콘밸리’(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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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파라다이스’(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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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프로젝트 보라와 게스트’ 중 ‘파라다이스’(사진=아트프로젝트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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