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들어 무모하게만 보였던 글로벌 매출1조원 돌파 신약개발이라는 목표가 속속 현실로 바뀌고있다. 그 선봉은 최고의 연구·개발 역량으로 무장한 신흥 바이오·제약 강자들이다.
신흥 바이오·제약 강자들은 최소 10여년에서 길게는 26년간 한눈 팔지않고 신약개발에만 집중해왔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1993년부터 26년간 뇌전증 신약후보물질 개발에만 주력해온 SK바이오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그간 실질적 매출없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매년 수백억원 이상 쏟아부으며 버텨왔다. 업계에서는 “기초실력이 없이 신약을 개발한다는 것이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인줄 아느냐”는 무시를 당하곤했다.
◇신약 개발 한우물만 26년 팠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이런 세간의 비웃음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이 회사가 자체개발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에 대해 신약판매 허가신청서(NDA) 심사를 개시했기 때문이다.FDA의 판매허가 심사는 10건 중 9건 가까이가 통과하는 의례적인 절차다. 부작용이 상당함에도 벨기에 UCB의 치료제가 미국에서 연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리는만큼 SK바이오팜은 이보다 더많은 매출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내부적으로 목표대비 개발 성과가 미흡하거나 지연될때마다 서로를 위로하면서 견뎌왔다”며 “무엇보다 글로벌 신약을 직접 만들어낸다는 연구원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있기에 오늘의 성과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950160)도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하기 위해 무려 18년간 쉬지않고 한우물만 팠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전자 기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수출(기술수출 포함)로만 지금까지 매출 1조1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코오롱은 현재까지 일본,중국 하이난성,몽고,홍콩, 호주 등 세계 15개국에 인보사를 수출하면서 인보사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신약으로 키워냈다.
◇처음부터 미국등 해외시장 정조준
신흥 강자들은 신약개발도 처음부터 미국,유럽등 주요 해외시장을 정조준했다.
바이오베터(개량 바이오의약품) 제품 1개로 글로벌 매출 1조원 돌파를 앞둔 셀트리온(068270)도 시작부터 유럽,미국을 겨냥하면서 사업을 일궈온 대표적 바이오기업이다.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창업초기부터 “바이오시밀러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핵심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는 신념아래 처음부터 해외시장에 눈을 돌렸다.
셀트리온은 올해말부터 유럽시장에서 바이오베타인 ‘램시마SC’를 판매할 예정이다. 기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가 정맥주사제로 쓰였다면 램시마SC는 피하주사제로 변형한 제품이다.유럽시장에서만 램시마SC 1개 제품으로 셀트리온은 1조원 이상 매출을 거둘 것으로 증권가는 평가한다. 서회장은 “고령화,의료재정 적자,기술융합의 시대가 세계적인 축이 될 것이다”며 ”우리 제약산업도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내수시장에 집중했던 한계를 넘어야 할 시기다”고 강조한다.
SK바이오팜은 아예 처음부터 글로벌 신약후보 물질 탐색 단계부터 개발,판매,마케팅을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전략아래 출발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처음부터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고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서 이를 상품화하는 사이클을 거쳐여만 한다”는 신념으로 일관해왔다.이제 SK바이오팜은 이제 글로벌 매출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신약을 2개나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바이오 강자로 평가받는다.
◇최고경영자의 흔들리지 않는 신념
최고경영자의 흔들리지 않는 신약개발에 대한 신념과 열정도 글로벌 신약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전 회장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인보사의 개발 초창기 그룹내에서는 “유전자치료제에 대한 안정성이 문제가 된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때 이 전회장은 “신약 개발을 위해 인고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그룹의 미래를 생각할 때 더이상 주저할 수 없다”며 신약개발에 매진토록했다.
그룹 계열사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자회사 코오롱티슈진(950160)은 지난해 글로벌 신약매출 1조원 돌파를 국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실현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회사측은 “올해 추진하는 중국본토에 국한한 기술수출로만 3조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것”이라고 장담한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매출 6조원을 넘어서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다”고 확신했다.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게 된 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최회장은 경기도 판교에 있는 이 회사의 생명과학연구소를 찾을 때마다 “우리 SK 자체적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부터 판매까지 꼭 이뤄보자”며 “자체개발한 신약을 글로벌하게 성공시키면 SK는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될것이다”며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그룹 회장의 신약에 대한 이런한 열정과 신념덕에 수십년간 신약 개발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적자만 쌓여가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이 회사는 벼텨낼수 있었다.
◇적자에도 연구개발 역량강화에 올인
서울대 미생물학과 교수 출신인 김선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바이로메드(084990)는 창사이래 단 한차례도 흑자를 내지못하는 상황에서도 R&D 집중을 지속하면서 빛을 내기 시작한 케이스다. 전체 회사인원 100여명 가운데 60% 가량을 석·박사 연구개발 인력으로 운영한다.
김 대표는 지난 1996년 교수시절 대학벤처로 창업한 이후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VM202-DPN) 개발에만 23년째 전념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2년부터 미국에서 치료제를 본격 판매할 계획이다.이 신약은 글로벌 매출1조를 넘보는 후보로 손꼽힌다.
김대표는 “이 치료제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개발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가 아니면 상품화까지 해낼수 있는 기업이 없다”고 자부한다. 이 회사가 대부분 국내기업처럼 중간에 라이선스 아웃등으로 기술수출을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신약의 상품화까지 한다는 전략을 고집하는 이유다.
영국 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는 바이로메드 치료제가 최대 45% 가량 시장점유를 할것으로 예상했다. 바이로메드 치료제가 본궤도에 오르면 4조~5조원 안팎의 글로벌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전체직원 530여명중 120여명에 달하는 석사급이상 고급 연구인력이 개발을 전담한다. 이 회사는 이 제품 개발을 위해 그간 매년 수백억원씩 쏟아부어왔다. 매년 적자를 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늘려가는 전략을 고수했다. 실제 영업적자를 기록한 지난해에도 연구개발비로만 매출(1300억원)의 17% 수준인 223억원을 할당,신약개발에 전념했다. SK바이오팜은 연구개발 인력이 전체의 70%를 넘어선다. 전체직원 170명 가운데 120명이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고급 연구개발인력이다.
유전자재조합 항암 바이러스에 기반한 차세대 면역항암치료제 ‘펙사벡’을 개발하는 신라젠(215600)도 연구개발에 회사역량을 집중하는 대표적 바이오기업이다. 이 회사 직원 100명 가운데 60여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매년 매출의 10배 가까이 연구개발비로 투입한다. 지난해에도 매출은 85억원에 그쳤지만 연구개발비로 500억원을 넘게 썼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연구개발비는 회계상으로만 비용으로 기록되는 것이지 사업적 측면에서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수단이다”며 “회사의 여력이 있는한 무리하다싶을 정도로 연구개발에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대표는“대표로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최고의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고 강조한다.
13년째 펙사벡 연구개발에 회사명운을 걸어온 신라젠은 이제 글로벌 매출1조원을 넘어서는 신약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대표적 바이오기업으로 떠올랐다. 펙사벡은 간암시장에서만 1조5000억원 정도 매출을 거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펙사벡은 유방암,폐암,위암등 고형적인 모든 암에 적용할수 있어 판매허가만 받게되면 시장성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