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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작년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지만 최근 유럽연합 측과의 결별 협상 진행과정을 보면 적어도 2021년까지는 EU 내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기간까지는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있을 때처럼 영국으로 유학 오는 EU 출신 학생들에게 영국 학생들과 똑같은 학비를 받을 테고요. 이에 반해 중국 등 비 EU 출신 외국 학생들은 영국이나 EU 학생들보다 학교나 전공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2배 이상 많은 학비를 냅니다. 한 예로 유니버시티컬리지오브런던(UCL)의 심리학 학사 입학의 경우 영국·EU 학생의 2017 가을 학기부터 1년간의 학비가 9250파운드(약 1422만원)인데 비해 비 EU 학생의 같은 기간 학비는 2만2400파운드(약 3443만원)였습니다.
똑같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영국이나 EU 학생들보다 학비를 2배 이상이나 많이 내는 비EU 출신 외국인 학생들은 영국 대학들에 짭짤한 수입원입니다. 미국 등과 비교해 영국은 상대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장학금에도 인색합니다. 특히 최근에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이후 이민법 개정 등과 관련해 ‘학위 과정 이후 비자 만료에도 불법적으로 영국에 남아 있는 학생들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영국 정부의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적대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정부의 이번 조사에서 원래 취지는 외국인 학생들이 비자 만료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영국에 살면서 영국 경제와 복지시스템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조사에서 매년 비자가 만료되는 외국인 학생 10만명 가운데 5% 정도인 약 5000명만 비자 만료 후에도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죠. 나머지는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갔고, 아니면 영국 기업에 정식 취업해 관련 비자를 받았고요.
결국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다는 영국 정부의 억측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조사로 외국인 학생들은 영국이 자신들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은 명확하게 인식했죠. 이에 따라 아주 좋은 수입원인 외국인 학생들이 끊기거나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영국 대학들은 유학생 비자승인 요건 강화 등을 검토하면서 외국인 학생들에게 더욱 비우호적인 정책을 취하려는 영국 정부에 반발하고 있고요. 영국 정부는 영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더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욱 선택적으로 외국인 학생들을 받겠다는 것이지요. 영국 정부는 자국에서 능력을 검증받은 뛰어난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영국에서의 학위 과정 후 영국 학계나 기업에서 일하면서 영국 경제에 이바지할 것이 분명한 학생들이죠. 영국 정부는 이런 선택 과정을 거쳐 외국 유학생들을 줄이면 영국 내 원하지 않는 이민자 수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영국이 선호하는 외국인 학생은 돈 많은 집안의 자녀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들이 소비 등으로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평범한 학생들과 비교할 수도 없죠. 특히 중국 갑부의 자녀들의 대학 전 과정인 영국 기숙학교 입성 추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영국 석간 이브닝스탠더드가 영국 교육 관련 회사 ‘BE에듀케이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영국 기숙학교로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싶은 중국 갑부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BE는 중국 학생들의 이튼스쿨, 해로우스쿨 등 학비가 비싼 영국 명문 기숙학교 입학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매년 약 2000명의 중국 갑부 자녀가 BE를 통해 영국 명문학교에 입학합니다. BE는 이 사업으로 인한 매출이 매년 70% 가량 늘고 폭등하고 있고요. BE는 이들 중국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영국 경제에도 기여한다고 주장합니다. 자녀들이 영국에 있기 때문에 억만장자 중국 사업가들도 영국에 오는 일이 잦아지고 영국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곳에 집을 사고 투자를 하고 사업을 확장해 영국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