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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새내기 소방관`..석란정 화재 참사 2인, 어떤 인물였나

김민정 기자I 2017.09.18 08:55:50
정자 붕괴로 순직한 이영욱 소방위·이호현 소방사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지난 17일 강원 강릉시에 있는 석란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2명이 정자의 붕괴로 매몰돼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29분께 강원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를 진압하던 경포119안전센터 소속 이영욱 소방위(59)와 이호현 소방사(27)는 갑자기 붕괴된 천장 등에 깔렸다가 10여 분 만에 구조됐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영욱 소방위는 정년을 1년여 앞둔 베테랑 소방대원으로 경포119안전센터 화재진압팀장을 맡고 있다. 그는 91세 노모를 모시며 아내(56)와 아들(36)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이 소방위는 평소 책임감과 뛰어난 리더십은 물론 현장에서 항상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터웠고 표창장도 여섯 차례나 받았다. 센터 내에서 가장 맏형인 그는 새내기 소방관인 이호현 소방사와 늘 한 조를 이뤄 근무했다. 직장에서는 믿음직한 선배였고, 집안에서는 노모를 지극히 모시는 효자였다.

강릉 매몰 소방관 2명 순직…슬픔에 잠긴 동료들 [사진=연합뉴스]
이 소방사는 지난 1월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으로 50대 부모, 여동생(26)과 함께 생활해왔다. 그는 지난 2월 강원도립대 소방환경방재과를 졸업하고 소방관 시험에 합격해 6개월간 기본교육을 거쳐 8개월 전인 지난 1월 9일 경포 119안전센터에 배치됐다.

이 소방사는 가정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으나 착하게 자라 기특한 아들이었다. 집에서는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말도 없이 과묵했지만, 직장에서는 활발한 성격으로 매사에 적극적으로 근무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이들이기에 두 사람의 이같은 죽음에 주변 이들도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도 소방본부 관계자는 “순직 대원들은 우리의 아버지였고 아들이었다”며 “두 사람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영원히 소방인으로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불이 난 석란정은 건축물대장도 없는 사실상 무허가 건물이다. 1956년 건립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높이 10m, 면적 40㎡ 규모의 목조 기와정자다.

특히 주민들은 지난 2015년 말부터 인근에서 호텔 공사가 시작되면서 석란정에 금이 가는 문제가 발생하자 업체 등에 이전 등을 요구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직한 소방대원 2명의 빈소는 강릉의료원에 나란히 마련됐다. 이들의 영결식은 19일 오후 2시 강릉시청 대강당에서 강원도청장(葬)으로 열린다. 강원도소방본부는 순직한 두 대원의 1계급 특진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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