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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경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새벽 1시부터 기다렸습니다.” 1일 아침 9시께 경상남도 통영시 항남동 강구안문화마당 앞에 약 120m의 긴 줄이 늘어섰다. 맨 앞쪽 선두에 선 40대 주부 이은정 씨 뒤로 160명에 가까운 인파가 쌀쌀한 아침공기에 몸을 움츠리며 한 시간 뒤 열릴 티켓 부스만 쳐다보고 있었다.
보성에서 왔다는 이 씨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열 세살 딸과 함께 8시간째 밤을 새워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오로지 조성진 티켓 구매를 위해 통영을 찾았다”며 “추운 날씨 탓에 담요로 몸을 감싸고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챙겨왔다. 차에 있는 남편과 수시로 교대하며 추위를 달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통영국제음악재단(TIMF)이 오전 10시부터 현장 판매에 나선 ‘5월 6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통영 리사이틀’의 남은 티켓 200장 분량을 구입하기 위해 모여든 팬들이다. 티켓 구매는 선착순 1인당 2매로 제한했다.
△밤새 120m 장사진…남은 표 200장도 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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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아예 캠핑도구나 의자까지 갖추고 대기하는 진풍경을 펼쳤다. 이날 현장 직원만 10여 명. 재단 측은 오전 8시30분께 대기자수가 100명을 넘자 먼저 온 이들이 1인2매 구매할 때 티켓을 구매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지를 일일히 설명하며 혼란을 피하기 위해 애썼다. 아침 9시30분에 부랴부랴 긴줄에 합류한 20대 여성은 “통영이라 방심했다”며 “조성진의 인기를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통영까지 와서 기꺼이 이런 수고를 감수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클래식계 이례적…홍보효과 본 ‘TIMF’
클래식 업계는 이 같은 대기 행렬을 특이할 사건으로 보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에게서 자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클래식계에선 조성진이 처음”이라며 감탄했다. 이어 “새벽 1시30분에 나와보니 벌써 20여 명이 와 있더라. 뜨거운 관심에 무척 놀랐다”고 덧붙였다.
재단 측은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9일까지 여는 ‘2017 통영국제음악제’ 기간에 맞춰 음악 애호가와 관광객 관심을 끌기 위해 이례적으로 조성진 티켓 일부를 현장에서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 홍보효과는 어느 정도 성공을 봤다. 서울에서 온 한 남성은 “클래식 음악을 즐겨듣는데 마침 음악제가 열린다고 해서 듣고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작 통영 사람들은 조성진이 누군지 의아해했다. 지나가던 한 노인은 “통영에 이렇게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 있는 건 처음 봤다. 조성진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냐”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확률이 희박한 데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해 자리를 지킨 이들은 만약의 취소표를 위해 대기번호표가 부여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조성진의 티켓현장 판매는 12시15분이 돼서야 막을 내렸다.
조성진은 이번 통영 공연에서 쇼팽 발라드 전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2번, 드뷔시의 영상 1·2권을 연주한다. 재단은 지난달 17일 홈페이지와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조성진 통영 리사이틀’ 관람 티켓 1109장을 온라인 판매했으나 단 79초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지난 2015년 10월 조성진이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이후 그의 국내 연주회 티켓을 구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는 티켓이 5~7배 웃돈을 붙여 판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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