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안 뚫린 인천공항 그냥 놔둘건가

논설 위원I 2016.01.27 08:01:41
국가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보안이 뻥 뚫렸다. 하루 17만명의 출입국 승객이 드나드는 인천공항 보안체계가 30대 중국인 부부에 의해 무용지물로 판명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4분이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 부부가 환승 예정 항공편에 탑승하지 않은 사실을 항공사로부터 통보받고도 이들에 대한 추적을 뒤늦게 공항공사에 요청하는 등 보안 사고의 사후관리도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나리타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지난 20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들 부부는 하루 뒤 베이징으로 떠날 예정이었으나 공항 2층 환승심사대를 통과한 후 3층 면세구역으로 옮겼다가 자정 직전 3번 출국장으로 숨어들었다. 전체 6개 출국장 가운데 4번 출국장만 24시간 가동하고 나머지 출국장은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하도록 돼있는 보안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결과다.

이들은 출국장에서라도 제지돼야 했으나 상주직원용 출입문으로 출국심사대를 무사통과한 다음 출국장 입구 안쪽 자물쇠를 드라이버로 뜯어내고 공항 로비로 빠져나왔다. 이들이 국경이나 마찬가지인 출국장을 휘젓고 다녀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출국장 한복판에서 근무해야 할 경비원이 보안지침을 어기고 사각지대에 있었고, 상황이 발생한 14분 동안 누구 하나 CCTV 화면을 거들떠보지 않은 덕분이었다.

북한의 상시 도발 위협에 덧붙여 지난해 파리 테러 이후 이슬람국가(IS) 등의 국제테러 가능성이 점증한다는 이유로 항공보안 등급을 ‘관심’에서 ‘주의’로 높인 상황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졌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런 정도면 최근 각종 사고 빈발로 물의를 빚은 인천공항의 근무 기강이 총체적 부실에 빠졌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이들 부부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다 거의 닷새 만에 천안공설시장에서 붙잡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국에서 돈을 벌 요량으로 밀입국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만에 하나라도 테러조직원이었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당국은 이번 사건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는 동시에 불순분자들이 대한민국을 넘보지 못하도록 전국 공항과 항만에 철통같은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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