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취임 후 아직 한 번도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은 출근할 때는 물론 식당에 갈 때, 브리핑룸에 갈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박 대통령을 만난다.
불과 두 달여 전 춘추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단 3개 있었다. 그나마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걸려있어서 몇 년을 출입하고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박 대통령의 사진은 처음엔 그 자리를 대체하더니 지금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보일 정도로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출입기자들은 춘추관을 ‘박근혜 갤러리’라고 부른다. 춘추관 바로 옆에 위치한 ‘공근혜 갤러리’에 빗댄 표현이다.
그러나 갤러리라고 하기에는 춘추관의 독특한 공간 미학을 살리지 못한 것 같다. 춘추관은 지난 1990년 완공된 건물로, 맞배지붕에 토기와를 얹은 현대식 한옥 양식이다. 내부는 큼직한 석재로 만들어진 벽면이 주를 이루는 만큼 ‘여백의 미’가 강조된 구조다. 춘추관에 오랫동안 장식돼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산조’와 장두건의 ‘정물’ 등 대형 작품이 가장 잘 어울린다. 4절지 크기의 사진 액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은 큐레이터가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보더라도 지나치게 조잡하다.
박 대통령의 사진이 줄줄이 걸린 것을 두고 ‘누군가가 과잉 충성하는 것이다’ ‘관리 책임자의 취향이 반영된 것이다’ 등 말도 많다. 분명한 건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의 국정활동 사진 16개가 걸려있었던 이후 가장 많은 규모라는 점이다. 이들 사진은 정권 교체 직후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