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로를 따라 갯벌 가운데로 깊숙이 들어갔다. 모래와 진흙이 적당히 섞인 갯벌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수없이 뚫린 구멍 주변에는 붉은발농게와 꽃게들이 탐방객의 발걸음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였고, 물기를 머금은 갯벌 곳곳에서 짱뚱어와 망둥어가 꼼지락거렸다.
이곳 해안에서 북쪽으로 5㎞ 남짓 떨어진 도리포. 작은 포구에는 소형 어선이 수시로 드나든다. 배에서 내린 어민들은 갯벌에서 갓 잡은 낙지가 담긴 커다란 비닐 포대를 포구 앞 낙지 음식점에 넘긴다. 한 접(20마리)에 중간 크기는 6만~7만원, 큰 것은 9만~10만원까지 받아 짭짤한 소득을 올린다. 횟집을 운영하는 조평수(49)씨는 "낙지가 제철을 맞은 요즘 어민들이 3시간 작업에 적게는 두 접에서 많게는 다섯 접까지 잡아온다"고 말했다.
◆ 원시성 간직한 갯벌
지난 1월 연안 습지로는 국내 2번째, 전체 습지로는 8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무안 갯벌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과 현경면 일대 35.6㎢에 걸쳐 있다. 갯벌을 포함한 함평만(일명 함해만)은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은 전형적인 내만(內灣)으로 만의 길이는 17㎞, 면적은 344㎢에 이른다. 해안을 따라 백사장과 섬, 갯벌이 펼쳐져 경관이 아름답고 오염원이 없는 청정환경을 갖춘 곳으로 갯벌의 생성과 소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특이한 갯벌로 평가받고 있다. 침식된 토양과 사구의 영향으로 특수한 지질을 갖고 있으며, 해안선은 어패류의 산란·서식처 역할을 한다. 칠면초와 나문재 등 24종의 염생식물을 비롯, 알락꼬리마도요 등 28종의 조류와 50종의 연체동물, 어류·패류·갑각류 등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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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또 단순한 보존·관리 대상이 아니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어민들은 철 따라 낙지와 소라, 바지락, 숭어, 보리새우 등을 잡아 소득을 올린다. 이곳 갯벌에서 자란 무안 낙지는 전국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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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은 갯벌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생태 체험 관광자원으로 만들기 위해 2003년부터 197억원을 들여 갯벌방문객센터와 해양오염 방지시설, 갯벌생태공원 조성 등 사업을 추진해왔다.
유월리 해안에는 지하 1~지상 2층 연면적 3277㎡ 규모의 갯벌방문객센터가 세워져 내부 전시물 설치공사가 한창이다. 학습관·전시관·영상관 등 갯벌 생태를 체험하고 배우는 공간으로 꾸며져 내년 7월 문을 연다. 센터를 포함한 일대 5만857㎡ 부지에 갯벌 체험장과 탐방로·체험로 등을 갖춘 갯벌생태공원이 조성된다. 2006년부터 '시민모니터링제도'를 도입, 지역 주민·NGO 등이 참여해 자율 관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무안IC로 나와 무안읍 군청 삼거리에서 해제반도 쪽으로 우회전, 20여 ㎞를 달리면 수암사거리. 여기서 우회전해 2.5㎞를 가면 갯벌센터가 나온다. 광주~무안 고속도로에서는 북무안IC로 나와 해제 방면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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