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즐기는 ''한옥 레스토랑''

조선일보 기자I 2008.03.10 11:45:00

한옥이 멋있다, 맛있다
한옥 기와 밑 담에 전면 유리
오밀조밀 장독대 진열한 찻집…
옛 멋과 현대식 맛이 어우러져

[조선일보 제공] 부드럽게 굽은 기와지붕과 나무 뼈대는 한옥 그대로 살아있지만, 테이블에 나오는 음식은 진한 커피와 와인, 파스타부터 버거까지 가지각색이다. '한옥 레스토랑'이 인기다. 한옥이 많이 있던 종로구 삼청·인사동 골목이 문화의 거리로 변하면서, 한옥 고유의 결은 살려두되 내부는 웬만한 양식집 못지않게 깔끔하게 꾸민 곳이 늘고 있다.

◆ 겉은 한옥, 안은 와인바·양식집 많은 삼청동

따스한 봄기운이 완연했던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거리는 겨울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붐볐다. 이곳은 한옥의 멋과 깔끔한 인테리어를 버무린 와인바 겸 레스토랑들이 몰려 있다. 거리 안팎의 풍경을 담아두려는 손님들은 연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기에 바쁘다.

▲ 한옥 기와와 빨간 벽돌이 잘 어울리는 "펠리체 가또"

삼청공원 앞 레스토랑 겸 와인 바 '도베콴도'. 한옥을 개조해 큼지막한 사각형 창문을 냈고, 가게 앞 화단에는 봄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있었다. 광화문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산풀꽃 계절음식'을 내세운 한정식집 '소선재', 그 옆으로 전통찻집 '옹달샘'이 있다. 안으로는 오밀조밀 장독대들이 예쁘게 진열된 전통찻집이 있고, 바깥에는 커피와 핫초코 등 음료수들을 가져갈 수 있는 테이크아웃 코너가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달 1887'은 한옥 기와 밑으로 창을 내고 테라스처럼 꾸민 뒤 동판에 가게 이름을 멋스럽게 내붙였다.

삼청동 수제비집 건너편의 골목 계단을 들어서면 나오는 '로마네 꽁띠'. 와인바와 더불어 스테이크와 스파게티, 꼬꼬뱅(프랑스식 닭요리) 등이 주메뉴인 이곳은 삼청동 거리와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으로도 유명하다. 한옥 벽돌과 서양식 목재 테라스가 예쁘게 아우러진 카페 '빈스빈스'에서는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블루베리·스트로베리 시럽 등을 얹은 맛깔스러운 와플을 맛볼 수 있다.

옛스럽게 굽어있는 처마 아래를 빨간 벽돌로 치장한 카페 '펠리체 가또' 역시 카메라를 든 연인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곳이다. 수제 햄버거를 맛볼 수 있는 갤러리 레스토랑 '쿡앤하임'에서는 한옥 특유의 소박한 안뜰에 나무 바닥을 깔고 녹색 엽서함과 작은 화분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 벽면을 트고 시원하게 창문을 낸‘달 1887’

◆ 토속 찻집·주점 몰린 인사동

서울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인사동 거리가 예전에 비해 전통미가 사라지고 변질됐다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지만, 종로경찰서와 쌈지길 사이 골목길은 아직까지 옛 멋을 살려낸 한옥 식당과 주점들이 많이 몰려 있다.

한옥기와를 얹은 단층짜리 건물에 들어선 전통찻집과 주점, 한정식집들이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을 따라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뜰앞의 잣나무(민속주·전통차·단팥죽)', '다울('다함께 사는 우리'·전통주와 식사)', '옥정(돌솥 한정식)', '해인(삼합 등 일반음식)' 등 음식점 이름은 대부분 한글 흘림체나 고풍스러운 한자 서체로 단정하게 달아놓아 게으른 걸음걸이로 거리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페 겸 레스토랑인 '사과나무'는 한옥 기와 밑 건물을 단정한 흰색으로 칠해놓았고, 뜰에는 아담한 나무도 심었다. 밥과 차와 술이 모두 된다는 '아빠 어렸을 적에' 앞에는 20m정도 길이의 기찻길을 침목과 레일까지 고스란히 깔아놓았다. 전통찻집 '달새는 달만 생각한다'의 외벽은 담쟁이 덩굴로 멋스럽게 뒤덮여있다. 이런 풍경 때문에 이 일대는 주로 외국 관광객들을 동반한 일행, 오랜만에 또래들과 모임을 가지는 중년 여성들로 북적인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메뉴나 가게 이름을 영어와 일본어로 붙인 가게들도 있다.

▲ 예쁜 화단으로 가게 앞을 꾸민‘도베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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