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2000년대 후반 애플 ‘아이폰’의 국내 출시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다. 아이폰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피처폰 수준에 머물러 있던 2009년 한국을 습격, 단숨에 스마트폰 대 전환을 이끌어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노키아 등 전통의 휴대폰 강자들은 이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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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이 다소 뒤진 이유도 크게 보면 안전 이슈 때문이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의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상 주변을 보지 않고 직진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오작동으로 사망 사고가 잇달아 거액의 배상 판결을 받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아직 영글지 않은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이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펼쳤길 바라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5일 “중국 업체나 테슬라 등과 격차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안전 쪽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즉, ‘사고 발생 시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자동차 본연의 안전 문제가 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국내에서 FSD 관련 사고가 한 건이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자율주행 ‘열풍’은 ‘우려’로 단숨에 바뀔 것이다.
현재 미국산 자율주행차가 국내를 활보하는 데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독소조항’이 있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된다. 미국 내 인증을 받은 자동차는 한국에 제약 없이 판매할 수 있다는 조항 때문에 이 중요한 기술이 간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무혈입성한 것이다. 국내 레벨2 자율주행차는 제한된 영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데 예기치 못한 ‘역차별’이 발생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테슬라 쇼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비자들이 실제 자율주행차의 위력을 느낀 지금이 다시 자율주행 기술을 재정립하기 좋은 때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 조급하게 앞선 기술을 빨리 따라가려 하기보다 차량 본연의 안전에 집중하면서 자율주행 실증단지 확대, 규제 완화 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해 나가면 된다.
장차 독자 개발 기술 수준이 최상급이 되지 못하더라도 외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쓰면 어떤가.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삼성도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해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다. 완성차 산업 본연의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합리적인 가격, 디자인 역량 등이 신기술과 합해지면 우리 자율주행차도 미래에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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