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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학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돌발가뭄’이라고 부른다. 이는 고온과 강수 결핍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급속히 토양 수분이 소실되는 가뭄 현상을 말한다. ‘기후 채찍질’(Climate Whiplash)이라는 개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극심한 가뭄 뒤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거나 폭염 직후 한파가 닥치는 등 극단적인 기후 간 전환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돌발가뭄은 바로 이 기후채찍질의 전형적인 사례로 농업뿐 아니라 하천 관리, 수자원 운영에도 심각한 혼란을 유발한다.
올해 강릉지역은 돌발가뭄으로 인해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최근 14% 이하로 떨어졌고 사상 처음으로 수도계량기의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저수지·보 등 지표수 중심의 수자원 체계로는 돌발가뭄의 속도와 강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물 저장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유연한 수자원 관리 기술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하수댐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다.
지하수댐은 강우 시 땅속에 스며드는 물을 지하 대수층에 저장하고 필요 시 양수해 활용하는 구조다. 외부 수면이 없어 증발 손실이 적고 홍수 시에는 침투·저류 기능으로 피해 저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자연 기반 해법의 대표 사례로 환경 훼손이 적고 유지관리 비용도 낮다.
특히 돌발가뭄처럼 예측 불가능한 급격한 물 부족에 대해 지하수댐은 지역 단위의 유연한 ‘물 공급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저장된 지하수는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생명선이 돼 기후불확실성에 대한 탄력적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적 자원으로서 지하수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4년간 총 265억원 규모의 ‘물 공급 취약지역 지하수저류댐 관리 기술개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26년부터 농업용수공급 취약지역에 대한 수자원다변화 차원에서 지하수댐에 대한 신규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R&D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미래 기후위기 대응의 ‘물 전략’을 준비하는 일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과 도서산간처럼 기존 상수도망이 취약한 곳에 있어 지하수댐은 생존 기반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예측 불가의 기후와 싸우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하수댐은 단지 한 가지 수자원 기술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미래 농촌의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