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신용사면'…"상환능력 측정 어려워 저신용 사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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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I 2025.08.24 12:41:58

정부, 324만명 대상 연체이력 삭제 추진
리스크 관리 차원서 5년간 기록 유지
"상환능력 약한 차주 필터링 못해 연체율 상승 우려"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정부 기조에 맞춰 ‘포용금융’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사면을 추진하자 연체기록 삭제에 따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용사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제도 설계 시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20일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복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 업무 협약식’을 열고 신용사면을 위한 금융권 공동 실무 작업반을 꾸리기로 했다. 이번 신용사면에 따라 약 324만명의 연체기록이 삭제될 전망이다. 정부는 코로나19와 고금리로 채무불이행에 빠진 서민·소상공인들의 연체 기록을 지우기로 했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개인 및 개인사업자대출에서 5000만원 이하의 연체가 발생했으나 오는 12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기록이 삭제된다. 이미 272만명은 상환을 마쳐 내달 30일자로 바로 연체정보의 공유와 활용이 금지되며 나머지 52만명도 올해 말까지 채무를 갚으면 연체 이력이 삭제된다.

금융권에서는 연체액이 100만원을 넘고 연체 기간이 90일 이상일 때 신용이 불량하다고 판단하고 신용평가사에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이 이력은 최장 5년간 유지되며 신용점수에도 반영되는데, 이 경우 신용카드 발급이나 대출 같은 금융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금융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5년간의 금융기록을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결정으로 차주의 연체 정보가 일괄 삭제되면 저신용 차주에게 적용되던 리스크 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기록이 삭제되면 상환능력을 측정할 수 없어서 신용사회에서 ‘저신용사회’로 갈 가능성이 크다”며 “신용대출 문턱은 한없이 높아지고 담보 대출만 내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연체정보가 삭제된 이들이 카드론, 리볼빙,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단기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추후 연체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장기화한 경기침체와 고금리 상황이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기에 상환능력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이기도 한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사면으로 연체 이력이 삭제되면 카드사가 상환능력이 약한 차주를 필터링하기 어려워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 카드론의 연체율이 늘어나면 카드사 대손비용이 증가하는 요인이 되고 결국 수익성이 악화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성실 상환자 중심의 지원을 하고 금융당국의 의사결정 시 업권 관계자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대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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