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농협은행·금융지주 제재 착수...중앙회 개입 위법여부 관건

김나경 기자I 2024.11.03 13:13:40

상반기 검사결과 바탕으로 제재조치안 작성
H지수 ELS 사태 및 농협중앙회 '과도한 경영개입'
잇따른 부당대출 사고 관련 위법 사항 검토
내년 초 제재 확정 전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월 23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권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시행 관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농협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지적한 만큼 지배구조 관련 법규정 위반 여부, 대출사고와 관련 내부통제 규정 위반 여부 등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농협은행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제재조치안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 4월 농협은행에서 적발된 100억원 부동산 대출 관련 수시검사, 이후 진행된 정기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재조치안이다.

제재조치안은 금융사가 어떤 법규정을 위반했는지, 위반 행위자 및 감독자, 위반 정도에 따른 1차 양정안이 포함된다. 가령 ‘특정업무 영업정지 3개월’이라는 1차 양정안이 나왔다면 해당 조치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 높은 수준 조치까지 적은 ‘제재 범위’가 제재조치안에 적시된다.

금감원이 금융사에 재재를 사전 통보하고, 금융사가 관련해 의견서를 보낸 이후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대심제 등을 통해 제재심의위원회가 제재 수위를 결정하고, 중징계의 경우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제재 내용이 최종 확정된다. 제재심 절차를 고려할 때 내년 초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금융지주에서는 대출 관련 사고, 농협중앙회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문제가 논란이 됐다. 농협은행은 올해만 109억원 불법대출, 51억원 공문서 위조 및 10억원 초과 대출, 117억원 부당 대출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울산 한 지점의 계장이 70대 고객 예금 2억 5000만원을 빼돌린 사고도 있었다.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상 ‘과도한 경영 개입’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현재 농협금융지주는 중앙회의 경제사업과 분리돼 있는데, 단위농협이나 하나로마트 등과 사실상 연계돼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 브랜드료를 명분으로 ‘돈 잘 버는’ 농협지주·은행이 사실상 사업자금을 대고 있다는 비판 또한 계속해서 나왔다.

앞서 금감원은 농협은행·금융지주에 농협중앙회의 과한 개입을 막을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은 경영유의 및 개선 사항을 통해 “농협중앙회의 인사조정위원회에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가 참석하고 있지만, 농협금융지주는 위원회 회의 자료와 논의 내용을 기록·관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농협중앙회의 인사 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의 인사조정위원회 참석 근거를 지주 내규 등에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회를 통해 농협중앙회가 지주 계열사 인사에 부당하게 관여하지 않도록 기록·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아울러 농협금융지주가 지난 2022년 농협중앙회 요청을 반영해 보험 계열사에 대한 농업지원 사업비 산출 기준을 변경한 점 등을 지적하며, 농협금융지주 및 자회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영향력 행사가 ‘공식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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