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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만 지나면 앓는 우리집 콩이"…반려견도 ‘명절증후군’ [전지적 가족 시점]

정윤지 기자I 2024.09.17 08:30:12

명절 후 구토·설사·무기력 등 후유증 겪는 반려견들
일상 깨지고 바뀐 환경에 동물도 스트레스 받아
"반려견 덥석 안지 말고, 음식 줄 때도 주의해야"

노시니어존, 노키즈존, 노 아재존, 노펫존 등 신조어가 연이어 등장하며 세대 간 혐오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에 벌어지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추석을 맞아 가족을 이해하고, 벽을 없애보자는 의미로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3시간 정도 장거리를 이동한 뒤에 숙소에서 구토를 했더라고요”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25)씨는 지난 명절 반려견 ‘똘’과 떠난 여행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는 내내 창밖을 바라보던 이씨의 반려견은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잠을 못 자고 힘들어했다. 이씨는 “사료에도 흥미를 안 보이고 구토까지 한 것을 보고 이번 명절에는 장거리 이동을 안 하기로 했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직장인 이모(25)씨의 반려견 ‘똘’이 차에 앉아 있다. (사진=독자 제공)
명절 연휴를 보내면 피곤하고 몸이 쑤시는 듯한 느낌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장거리 이동이나 기름진 음식 등으로 인해 명절 증후군과 같은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환경 변화에 예민한 만큼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직장인 김민정(34)씨는 이번 추석에 8살 강아지 ‘체리’를 위해 친척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 명절에 체리가 친척 어른들에게 전과 떡을 얻어먹고 한동안 아팠기 때문이다. 당시 체리는 연휴가 끝난 뒤에도 설사를 하고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김씨는 “어른들이 모르고 음식을 주셨는데 체리가 너무 아파서 이번에는 집에서 강아지를 돌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씨나 김씨와 같은 처지의 보호자들 때문에 명절 직후 동물병원은 평소보다 더 바쁘다. 서울 종로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박정윤 원장(수의사)은 “명절 후 내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구토, 장염, 설사, 췌장염”이라며 “기름진 명절 음식을 먹거나 장거리 이동으로 멀미를 해 응급 진료를 받는 반려견이 많다”고 말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명절 환경도 동물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 직장인 강동희(23)씨 반려견 ‘낭콩’이도 지난 명절 후 한동안 우울해했다고 한다. 강씨는 “낭콩이는 사람을 엄청 좋아하고 하루에 한 번씩 산책을 가야 할 정도로 기운이 넘치는데, 지난 명절 이후에는 한동안 산책도 안 나가려 했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강동희(23)씨 반려견 ‘강낭콩’이 누워있다. (사진=독자 제공)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명절증후군’이 반려동물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겪는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들은 규칙적인 루틴에서 안정감을 찾는데, 명절 기간 중 사람들이 몰려오거나 낯선 곳에서 며칠을 지내는 것 자체가 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려동물 행동전문가인 설채현 수의사는 “개 입장에서는 명절 때 이유도 모른 채 일상의 루틴이 깨지는 것”이라며 “일상으로 돌아오며 회복하는 과정을 겪는다”고 짚었다.

반려견의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호자와 가족의 주의와 돌봄이 필요하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아무리 가족이라도 낯선 사람이라면 반려견은 낯을 가리거나 돌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친밀감을 먼저 쌓아야 한다”며 “(반려견이) 예쁘다고 해서 아무 음식이나 주기보다는 먹어도 되는지 보호자와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보호자는 반려동물이 갑자기 낯선 환경에 놓이지 않도록 평소에도 장거리 이동 등 적응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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