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 떠나려던 장애인 장씨, 항공사가 막았다[중국나라]

이명철 기자I 2024.02.09 11:13:15

중국남방항공 “휠체어 탄 장애인, 동반자 없으면 안돼”
탑승 거부당한 장애인 여성, 다른 항공사 통해 여행 마쳐
온라인 비난 여론 확산, 남방항공 “승객 사과, 보상할 것”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국토 면적이 넓고 인구수도 많은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국나라(중국나라)’를 통해 중국에서 일어나는 이슈들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중국인 블로거인 장씨가 스케이드 보드를 타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하반신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는 한 중국인 블로거 장씨. 그는 휠체어를 이용하면서도 전국 곳곳을 여행하거나 운동 등의 일상 생활을 블로그에 올려 네티즌들과 소통하곤 했다.

지난 5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공항에 있는 중국 남방항공 접수처에 도착했지만 그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장애인은 보호자가 없이 혼자 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9일 중국 현지 매체와 소셜 미디어에서는 남방항공으로부터 탑승을 거부당한 여성 장애인 블로거의 이야기가 논란이 됐다.

장씨가 온라인에 올린 글에 따르면 그는 몇주 전부터 남방항공을 이용하기 위해 문의를 했다. 남방항공측은 그에게 동반자가 없으면 탑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내했고 장씨는 “이전에도 혼자 남방항공 비행기를 탔는데 그런 조항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장씨가 공개한 중국남방항공의 운송 거부 증명서. (사진=바이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항공사는 다시 내용을 확인해보겠다고 해 상담은 종료됐고, 장씨는 지난달 15일 남방항공으로부터 해당 항공편의 기내 휠체어 서비스 신청이 접수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장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공항을 찾았지만 정작 현장에선 탑승이 거부됐다. 남방항공은 장씨에 대해 ‘휠체어형, 비동반자, 운송 불가’라는 사유를 쓴 운송 거부 증명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방항공을 이용하지 못한 장씨는 해당 항공권을 환불한 뒤 다른 항공사의 항공권을 구매했으며 이튿날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한 후 혼자 여행을 떠났다. 남방항공만 혼자 다니는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한 셈이다.

장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남방항공을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한 네티즌은 “왜 혼자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는건지 규정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고 다른 네티즌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것을 항공사가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인 블로거 장씨가 공항에서 중국남방항공으로부터 탑승 거부 사실을 전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논란이 커지자 남방항공측은 규정에 따라 보행이 불가능한 장애인 승객은 비행할 수 있는 시민 자격을 갖춘 18세 이상의 승객과 동행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렇지 않은 경우 공항 직원이 탑승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거부된 항공권은 전액 환불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남방항공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7일 소셜플랫폼 공식 계정에 성명을 내고 “승객이 불편한 여행 경험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가능한 한 빨리 조사를 실시하고 승객과 연락·소통해 적극적으로 후속 서비스를 보장키로 했다”고 한발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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