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환경의날’…‘친환경·재활용품 가게’ 가보니
“아이 걱정에 퇴사 후 창업” “제주도서 환경문제 관심”
환경오염, 인간 삶에 큰 위협된단 위기의식
가격 상대적으로 비싸…경기불황에 폐업하기도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 칫솔을 사용하는 것처럼 생활 반경에서 하나씩 바꿔가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5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베러얼스 제로웨이스트가게 1유로프로젝트점에서 문혜민(43)대표(왼쪽)가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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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성동구 송정동의 베러얼스 제로웨이스트가게 1유로프로젝트점. 올해 2월께 남편과 함께 가게 문을 연 문혜민(43)대표는 진열된 물품 등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손님맞이에 한창 바빴다. 그가 지난해 6월께 회사의 마케팅 일을 그만두고 이 일에 뛰어든 건 코로나19 유행기간에 태어난 자녀의 영향이 컸다. 문 대표는 “코로나 때에 ‘아이들이 평생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에 아이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남편도 요리사 일을 그만두고 같이 하는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해서라도 환경 보호를 해야겠단 마음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제로웨이스트가게란 환경 보호를 위해 플라스틱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여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만들자는 게 제로웨이스트다. 이러한 가치를 내걸고 장사하는 가게들은 주로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메이크업 고체 리무버,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 등을 판매한다. 또 가게를 찾는 손님이나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리워드(보상)를 내걸며 플라스틱 병뚜껑, 재활용 쇼핑백, 폐 우산, 공병 등을 거둬가 재활용 제품 등을 만들기도 한다.
성동구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 ‘원점’을 운영하는 이정태(32)대표는 우연히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제주도에서 2년 정도 생활하던 그가 환경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육지에서 놀러 온 관광객들 때문이었다. 관광객이 제주도로 들어왔을 때와 나갔을 때 환경오염 차이가 심각한 것을 목격하고서 이 일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손님들이 가져오는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열쇠고리를 만들고, 폐 우산을 수거해 우산을 수리해서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리공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산이 손잡이, 살, 천 등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요소가 많은 물건”이라며 “폐 우산을 가져오면 보상으로 스탬프를 찍어 드리고, 이 우산을 수리하는 곳으로 보내 재활용해서 쓸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 5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 ‘원점’을 연 이정태(32)대표가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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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날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찾은 고객 김모(28)씨는 “평소에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니 매번 찾고 있다”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환경 속에서 하나씩 하나씩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샴푸 통이 플라스틱이란 것을 인지하고 최근에는 고체 샴푸를 쓰기 시작했다”며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하나씩 선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 이모(34)씨는 “플라스틱 병뚜껑을 가지고 열쇠고리를 만들 것이란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놀랍다”면서 “친구랑 쉬는 날이라 겸사겸사 찾았는데 재활용 할 수 있게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좋은 취지에도 제로웨이스트 가게들도 경기 불황의 여파를 피해 가지는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고물가 시대에 씀씀이를 줄이다보니 폐업하는 가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가게 주인 A씨는 “최근에 제로웨이스트 가게들 폐업이 많이 늘고 있다”면서 “친환경 제품들은 가격이 좀 더 나갈 수밖에 없는데 지갑 사정도 좋지 않고 물가도 올라 그런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5일 오전 서울 성동구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 ‘원점’은 폐 우산을 모아 우산수리센터에 기부하고 있다.(사진=황병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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