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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지난 3월 31일 해외 지점 예금자들에게 예금 보험에 따른 보호 대상자가 아니라며, 일반 무담보 채권자로 취급될 것이라는 내용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SVB가 중국 등 아시아 고객 유치를 위해 조세 회피처 케이맨 제도에 설립한 해외 지점 예금자들은 예금보호를 받을 수 없다.
SVB 케이맨 제도 지점에 예금이 있는 홍콩 및 중국 본토 기업들은 SVB 붕괴 후 며칠간 예치금이 안전할 것이라는 통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해외 지점 예금주들은 ‘모든 SVB 예금을 전액 보증할 것’이라는 미국 금융당국의 발표가 해외 예금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이들의 은행 잔고는 ‘0’으로 바뀌었으며 모든 예금이 ‘SVB의 파산관재인’(FDIC)으로 이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FDIC가 관리 중인 SVB자산을 청산한 뒤 선순위 채권자에게 먼저 돈을 지급한 뒤에야 무담보 채권자들은 예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SVB 케이맨 제도 지점에 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홍콩 소재 사모펀드 피닉스프로퍼티인베스터는 “FDIC가 무담보 예금을 보장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우리 예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였다”며 “우리는 속았다는 느낌이 들어 현재 예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SVB 케이맨 제도 지점의 예금 규모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연방 또는 주 예금 보험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는 SVB의 해외 예금은 139억달러(약 18조6800억원)에 달했다. SVB는 영국과 독일, 캐나다, 케이맨 제도에서 해외 사업을 벌였는데 독일과 캐나다에선 예금을 받지 않고 대출 업무만 수행했다.
앞서 미국 당국은 SVB의 붕괴가 광범위한 금융권 위기로 번질 것을 우려해 SVB 예금주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FDIC 대변인은 “연방예금보험법에 명시된 대로 국내 예금만 보장된다”며 “해외 지점에 보관된 자금은 예금 보험 보호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