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19억8900만 파운드(당시 한화 약 2조940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45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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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가 소아기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 주위에 무증상으로 남아 있게 된다. 고령, 면역저하제 사용, 이식, 에이즈 등 여러 원인으로 면역체계가 약화된 사람들에서 이 바이러스 감염이 재발해 일으키는 것이 대상포진이다. 이 질환은 주로 몸통이나 엉덩이 부위에 발생한다. 하지만 얼굴이나 팔, 다리 등 신경이 있는 부위면 어디서든 대상포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의 주요 증상은 통증이며, 통증이 1~3일 정도 이어진 후 붉은 발진과 열, 두통의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 수포는 2~3주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진과 수포가 사라진 뒤에도 신경통, 기타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GSK는 동결건조된 재조합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 당단백질 E 항원으로 구성된 근육주사 ‘싱그릭스’를 개발됐다. 이 약물은사백신 방식으로 개발된 최초의 대상포진 백신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는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50세 이상 성인의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 예방 적응증으로 싱그릭스를 허락했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에게 싱그릭스를 최소 2개월 간격으로 2회씩 투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9월 50세 이상 성인 및 만 18세 이상 면역 저하로 인한 대상포진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싱그릭스를 허가했다. GSK의 싱그릭스가 허가를 받은지 1년이 넘은 오는 12월 국내에 전격 출시될 예정이다.
GSK 측은 싱그릭스의 임상 3상 연구에서 50대 이상에서 약 97% 이상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회사 측은 7년 이상 장기 추적연구를 통해 싱그릭스를 투여받은 임상 참여자 중 약 90.9%에서 예방 효과가 유지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싱그릭스의 대표적인 경쟁약물로는 미국 머크(MSD)가 개발한 ‘조스터박스’와 SK케미칼의 ‘스카이조스터’등이 있다. 먼저 최초의 대상포진 백신인 조스터박스는 미국 기준 싱그릭스보다 10년 이상 앞선 2006년에 출시됐으며, 1회 피하주사하는 약물이다. 스카이조스터는 지난 2017년 식약처로부터 승인된 바 있다.
한편 현장에서 싱그릭스와 조스타박스 및 스카이조스터 등의 장단점은 비교적 분명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백신인 싱그릭스가 50대 이상에서 예방효과가 크지만, 근육통, 두통 등 부작용이 다소 다양하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생백신인 조스터백스나 스카이조스터는 경미한 수두, 주사 부위 물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약물은 면역 억제제나 면역체계 관련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백신의 특성상 접종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오는 12월 50대 이상에서 예방 지속 효과를 입증받은 싱그릭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