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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잔디씨는 15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지금 여성가족부 존폐를 놓고 시끄럽다. 없애냐 마느냐 하는 표피적 문제보다 난 더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라며 “꼭 정부 조직에 ‘여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부처가 있어야만 권리를 보장받는 형식적인 양성평등만이 필요한 것이냐는 물음말이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난 이보다는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바란다고 답하고 싶다”라며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여가부가 굳건히 존재했던 지난 5년의 더불어민주당 정권에서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두가 기억하듯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권력자들의 잇따른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들을 피해자라 부르지조차 않았다. 민주당은 당헌까지 바꿔가며 후보를 냈다. 문(재인) 정부의 여가부 장관은 ‘국민의 성인지 집단학습 기회’라고 말했다”라고 언급했다.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지난 2020년 민주당 성폭력 사건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에 대해 “전 국민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 학습기회”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이에 김잔디씨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한 국민의 분노가 차오르고, 야당은 이를 반영해 이번 대선 국면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공약을 내놓았다”라며 “지난 5년 동안 너무도 명백한 잘못을 하고도 제대로 바로잡을 생각조차 하지 않더니 폐지 공약이 나오고 나서야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고, 혐오적인 선동’이라고 여가부 안팎, 여성계가 흥분한다. 그리고 적잖은 2030 여성들이 여기에 동조한다”라고 했다.
김잔디씨는 “나는 여가부 폐지 공약의 이행 여부와 무관하게 공약을 내건 것만으로도 국민의 삶을 직접 변화시키는 중대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나의 대선 한 표도 그런 기준으로 던졌다. 절박한 심정이었다”라며 “선거가 끝나고 권력이 바뀌었다. 차기 정부에서는 지난 민주당 정부와는 달리 2차 피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제18조에선 국가와 지자체의 2차 피해 방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직접 겪어보니 구체적인 보호 내용과 절차 등이 미흡하다”라며 “특히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의 2차 가해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막아야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소모적 싸움을 피해자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규정한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라는 교육 영상을 배포해 논란을 일으켰다”라며 “새 정부는 이런 식의 성별 갈등을 조장하는 대신 ‘위계’와 ‘모호한 공사 구분’이 잠재적 가해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인식을 하고 관련 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 권력은 언제나 견제와 경계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 위계에 눌려 당연하다고 여긴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여야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법정신을 강조하는 차기 정부가 여성의 권익 보호에 대한 국가 의무를 명시한 헌법과 새 정부의 약속인 공정과 상식, 그리고 평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해 나갈지 궁금하다”면서 “자유와 평등,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그 날을 기대한다”라고 했다.
한편 최근 김잔디씨는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해당 책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내용과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이어진 2차 가해와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