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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980년 5월 17일 자로 정치목적의 옥내외 집회·시위와 유언비어의 날조·유포를 금지하는 비상계엄령이 내려졌다. A씨는 같은 해 10월 7일께 서울 소재 대학교 내 채플실에서 5.18민주화운동의 피해자에 대한 추모예배를 주도하고, 당시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피의 선언’이란 제목의 유인물을 배포하고 낭독했다. 또 A씨는 채플실에 모인 학생들 100여명을 학교 본관 앞 잔디밭에서 침묵시위를 하자고 이끌어 “피해자 살려내라”, “전두환 물러가라” 등 구호를 선창하는 등 집회시위를 했다.
A씨 측은 “당시 비상계엄 선포 등 일련의 행위는 전두환 등이 국가의 헌정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내란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이를 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정당행위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에 해당하는 것의 여부는 그 행위의 시기와 동기 및 목적과 대상, 사용수단, 결과 등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2001년 7월 3일 선고)가 있다.
진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의 시기·동기·목적·대상·사용수단·결과 등을 종합해 보면, 각 행위는 5·18민주화운동 전후로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소사실은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