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문단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여성 작가 6인이 각자의 고유한 감각과 개성으로 ‘할머니’의 존재를 조명했다. 최근 출간한 ‘나의 할머니에게’(다산북스)는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지만, 우리 시대의 소중한 어른으로서 할머니들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이번 책을 기획한 조세현 다산북스 팀장은 직장에 있는 동안 아이를 돌봐주는 친정엄마를 생각하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조 팀장은 “‘할머니가 된 엄마는 지금의 삶이 좋을까’에 대해 줄곧 궁금했다”며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린다면 나이 든 여성들에 대해 조금은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책을 만들기로 계획하고 여성 작가들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모두 흔쾌히 집필을 허락했다고 한다. 조 팀장은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신 메시지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며 “자신이 살아온 인생으로 희망을 말하는 할머니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어른이며, 이런 희망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어제 꾼 꿈’ 등 6편 소설 수록
‘나의 할머니에게’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할머니’의 존재성을 전면에 내세운 첫 소설집이다. 2019년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성희의 ‘어제 꾼 꿈’은 남편의 제삿날에도 연락하지 않는 자식들에게 서운해하면서도 좋은 할머니가 되기를 빌어보는 화자의 이야기를 생생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2020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백수린의 ‘흑설탕 캔디’는 젊을 적 피아니스트를 꿈꾸었던 할머니의 고독과 외로움을 사랑스러운 삶으로 치환해낸다. 2020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의 최신작 ‘선베드’는 요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찾은 손녀 ‘나’와 ‘나’의 친구 명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혼자 남을” 손녀를 걱정하지만, 결국 치매에 걸려 “손녀를 완전히 잊어가게” 될 할머니의 사랑을 속도감 있게 그려낸다.
젊은작가상 최다 수상자인 손보미의 ‘위대한 유산’은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어마어마하게 큰 집”을 처분하려고 10년 만에 돌아온 ‘나’가 어릴 적 가정부로 일했던 아주머니와 조우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그렸다.
2018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최은미의 ‘11월행’은 11월의 어느 주말, 수덕사로 템플스테이를 하러 간 여자들의 이야기다. 화자를 통해 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밀도 높은 문장으로 되묻는다.
25만 부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자 아시아권 소설로는 최초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한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은 ‘아리아드네 정원’을 썼다. “아리아드네 정원”이라는 우아한 이름을 가지고도 그저 “늙은 여자”로서 ‘유닛 D’에 거주해야 하는 주인공을 통해 근미래의 노인 문제, 세대 갈등, 이민자 문제 등을 SF적 상상력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