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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포커스]너무 빨리 식어버린 시장에 떠오르는 말 ‘과유불급’

이승현 기자I 2016.01.09 10:57:55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이 심상치 않습니다. 미분양이 늘고 주요 분양단지에 붙었던 웃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분양실적과 거래량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온 터라 급변한 상황에 시장의 충격이 더 큽니다.

지난해 1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약 5만가구로 한달만에 54%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신규 분양이 많았던 수도권은 70%나 늘었습니다. 대규모 미분양으로 인한 시장 침체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지난해 분양한 주요 단지에 붙었던 웃돈도 빠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에 붙었던 웃돈이 한두달 새 수천만원씩 빠지고 있습니다. 분양권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앞으로 웃돈을 더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등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초 문을 연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추운 날씨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냉각된 이유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꼽힙니다.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우리나라의 시장 특성상 금리가 오르고 대출이 어려워지면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좀더 살펴보면 너무 과도한 주택 공급이 화를 키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난해 공급된 주택물량은 지난 2014년보다 33만가구(55.9%)가 증가한 51만6000여가구였습니다. 최근 10년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 쏟아진 것입니다.

물론 시장 상황이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좋은 시장 상황을 틈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입지도 주택분양 시장에 함께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해 내내 분양시장에서는 ‘물 들어왔을 때 배 띄운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으니 그동안 못팔았던 땅을 죄다 꺼내 포장만 잘해 판 것입니다. 문제는 이 부담을 고스란히 부동산 시장과 수분양자들이 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장이 더 꺾이기 전에 남은 물량을 털고 가기 위해 이달부터 시작해서 1분기에만 6만 7000여가구를 쏟아낼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 3000여가구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던 2009년과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당시에는 중대형 평형 위주로 아파트가 공급돼 시장 침체와 함께 악성 미분양으로 남았지만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중소형으로 미분양이 되더라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처럼 장기 악성 미분양으로 남아 시장에 부담을 주진 않을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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