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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미리 팩트는 올해 GS샵 거래품목 전체에서 판매 1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화장품이 패션을 제친 것은 4년 만의 일이다. 출시 2년 2개월 만인 지난 11월엔 홈쇼핑과 온라인몰에서만 살 수 있다는 제약에도 누적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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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시장 조사를 하러 갔다가 사온 비누를 우연히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바닥을 닦다 보니 물기가 묻어나는 거예요. 홈쇼핑 전용 상품으로 고객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 했는데 이거다 싶었죠. 구상은 좋았는데 실현하기가 어렵더군요. 제형 개발에만 꼬박 1년이 걸렸습니다.”
연구 논문을 수없이 찾아 읽었지만 긁었을 때 물방울이 맺히는 고체형 파운데이션에 대한 자료는 없었다. 비슷한 제형을 찾았다 싶으면 때처럼 뭉치는 단점이 발견되는 등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연구 개발을 시작한 지 6개월이 넘어가니 초조해졌어요. 회사에 눈치도 보이고 말이지요. 오죽하면 그만 둘 생각까지 했을까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제품 개발에 매달렸는데 기적처럼 황금 배합 비율을 찾게 된 거예요. 삶을 뒤흔드는 아이디어는 그렇게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스치듯이 나오더라고요.”
입사 10년 만에 겪은 고난의 시기는 ‘히트 상품’이라는 인생 최대의 선물을 안겼다. 가장 기쁠 때는 공들여 만든 화장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때다. 실제로 화장품 관련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보면 뭉치지 않고 매끄럽게 발리면서 촉촉함이 오래 유지되는 견미리 팩트의 효능을 칭찬하는 글이 넘쳐난다. 이는 화학을 전공한 김 과장이 화장품 연구개발자의 길을 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유 개발을 하면 기업을 상대로 제품을 파는 거지 소비자들이 제가 만든 제품을 알진 못하잖아요. 주위 사람들이 내가 만든 제품을 쓰고, 또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껴요.”
물론 든든한 지원군인 아내가 있지만 남자로서 여자들이 즐겨 쓰는 화장품을 연구 개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과학’에 ‘감성’을 접목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화장품 산업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을 잡아 내는 것은 전쟁과도 같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끙끙 싸매진 않는다.
“화장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고 다른 회사 화장품을 보면 카피(모조) 제품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색조 제품을 만들 때는 장난감 가게에 가서 조립된 레고 장난감 등을 보며 색감과 제형에 대한 영감을 얻거나 산책을 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봐요.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리기 위해선 결국 그들의 삶을 알아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