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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 다시 느는데…담배연기와 함께 사라진 금연정책

김기덕 기자I 2015.11.18 08:23:29

담배판매량 연초 비해 2배↑ 금연클리닉 이용자 20%↓
9월 담배 판매량 3억4000만갑..예년 판매량 회복추세
세수 증가액 최소 3조 4000억원..금연사업 예산은 축소
흡연경고그림 '혐오감 주지 말아야' 단서조항 실효성 논란

[이데일리 김기덕·한정선 기자] 연초 담뱃값 인상에 따른 ‘반짝 금연효과’가 사라지면서 담배 판매량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지만 정부의 금연정책은 되레 뒷걸음질치고 있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막대한 세수입을 올리면서도 내년 금연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감축해 ‘흡연율 제고’라는 담뱃값 인상 명분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흡연율을 낮추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됐던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부착은 진통 끝에 도입 시기가 내년 말로 늦춰진데다 관련법에 ‘경고그림이 심한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라는 조항이 명시돼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담배 판매량 예년 수준 회복

담뱃값 인상에 따른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면서 월간 담배 판매량은 연초보다 2배나 급증했다. 반면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크게 줄면서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는 예년 수준으로 감소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1월 1억 7000만갑이던 담배 판매량은 3월 2억 4000만갑, 6월 3억 1000만갑, 7월 3억 5000만갑, 8월 2억 9000만갑, 9월 3억 4000만갑을 기록하는 등 점차 예년 판매량 규모를 회복해 가고 있다. 9월 판매량은 1월 대비 2배나 늘어난 규모다. 작년 1~9월 월평균 담배 판매량은 3억 6000만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담배 사재기와 연초 금연 효과로 급감했던 담배 판매량이 서서히 다시 늘고 있다”며 “다만 내년 담배갑 경고그림 부착 등 비가격 금연정책이 시행되면 우려만큼 흡연자가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는 흡연자들의 발길은 뜸해졌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 열풍이 불면서 올해 1월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은 16만 1868명으로 지난해 평균 방문객(3만 6663명) 보다 무려 4배나 많았다. 그러나 8월 한달간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사람은 3만 889명에 그쳤다. 연초에 비해 약 20% 수준이다.

마포구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올 1~2월에는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1000명 넘게 몰려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다”며 “최근에는매달 금연클리닉을 찾는 사람이 200여명선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흡연자 다시 느는데 금연사업 예산은 삭감

흡연량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올해 담배세로 벌어들이는 세수입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담배세수는 최소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에 걷어들인 담배세가 6조6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배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대분이 3조 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내년 금연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상황이다. 내년 보건복지부의 금연서비스 사업예산은 1315억원으로 올해 1470억원 보다 오히려 160억원(10.9%) 줄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13개 금연서비스 사업 중 예산이 늘어난 것은 지역사회 중심 금연지원서비스 뿐이다.

복지부는 청소년 흡연예방을 위한 학교흡연예방사업 예산은 444억원에서 내년 333억원으로 111억원(25%) 삭감했다. 금연홍보, 금연치료, 군인·의경 금연지원, 단기금연캠프 등 9개 사업도 예산을 감축했다.

아울러 내년 12월 23일부터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 부착이 의무화되지만 실효성을 두고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입법예고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경고그림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지나치게 혐오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금연지원센터장은 “담뱃갑에 흡연 경고그림을 삽입하는 나라 중 우리나라만 관련 단서조항이 있다”며 “비가격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단서조항에 구애받지 않고 금연 경고그림을 제작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담뱃갑 경고그림 시안(사진: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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