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지난 3일 삼성 사장단 인사가 단행된 직후 첫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는 평소보다 더 많은 임직원들이 출근해 업무에 집중했다.
아직까지 삼성의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 대한 조직 구성 및 인선 작업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사장단 교체에 따른 업무 인수인계 등의 업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 본사의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일상속에서 2가지 주목할 만한 '이색 만남'이 있었다.
◇ 삼성SDI 전현직 CEO들의 만남
지난 4일 오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는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부회장과 최치훈 신임삼성카드 사장과 박상진 신임 삼성SDI(006400) 사장이 퇴근길에 만났다. 최 사장은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SDI에서 삼성카드로, 박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삼성SDI로 자리를 옮겼다.
김 부회장은 이날 미래전략실 조직 구성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출근했고, 최 사장과 박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마련한 유럽 유수의 자동차회사인 A사 회장 등과의 만남을 위해 서초사옥을 찾았다. 김 부회장은 퇴근길 만남에서 삼성SDI의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0년 1월 삼성SDI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지난 2008년 말 그 자리를최치훈 당시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사장에게 넘겼다. 김 부회장은 삼성SDI 재직 시절 리튬이온 등 친환경에너지 분야 기반을 튼튼히 다졌다.
최 사장은 2차전지사업을 회사의 매출 비중 50%가까이 끌어올리며 삼성SDI를 2차전지 전문회사로 도약시킨 장본인. 지난 11월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에 전기차 배터리팩을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키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박 사장은 부진에 허덕이던 삼성의 디지털카메라사업을 궤도에 올려논 인물. 삼성전자의 카메라 `NX-100` 등 전략 신제품을 국내외에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는 성과를 냈다.
최 사장은 삼성카드 CEO 취임 소감에 대해 "저를 혁신전문가라고 외부에서 평가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도 "주말을 반납하고 SDI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 취임식을 하고, 곧 삼성SDI 생산공장 등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 3세 경영인들의 만남
앞서 4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회의실에서는 두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젊은 후계자 2인이 모였다. 한 사람은 바로 지난 3일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이재용 신임 사장이었다.
다른 사람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자동차 메이커회사인 A사를 갖고 있는 A그룹의 후계자. 그는 A그룹의 창업주의 외손자로, 올해 초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가문은 이탈리아 최고 명문 집안 중 하나로 꼽힌다. 이탈리아의 케네디가(家)라고 불릴 정도다.
이들은 경영 수업을 통해 차근차근 경험과 실력을 쌓아온 재벌 3세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올해들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점도 닮아 있다. 젊은 후계자들이 만난 것은 양사간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향후 더욱 공고한 비즈니스 관계를 다지기 위한 차원.
오전 미팅을 마친 이들은 서초사옥 5층에 마련된 VIP용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라호텔에서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해외 특급 VIP들을 위한 만찬 전용 장소로 삼성의 일부 경영진만이 출입 가능하다.
이 자리에는 사장단 인사를 통해 교체된 최치훈, 박상진 두 사장도 참석했다. A사는 삼성의 최고 고객 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비즈니스 스마트폰 탑재 계약을 맺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SDI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SDI CEO가 교체된 만큼, 두 사장을 배석시켜 A사의 젊은 후계자와 인사를 나누게 한 것. 오찬이 끝난 후 이 사장은 A사 회장과 오후 미팅을 위해 다시 서초사옥 본관으로 단 둘이 올라갔다. 미팅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배웅 나온 이 사장은 5분 정도 A사 회장과 대화를 나눈뒤 감사 인사와 함께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는 A사 회장에게 직접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당신은 베스트 파트너"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주간추천주]우리투자증권
☞삼성SDI, 3분기 리튬이온 출하량 `세계 1위`
☞삼성SDI `그린에너지기업으로 환골탈태`-신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