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동엽 칼럼니스트] 은행 정문 앞에서 꼭두새벽부터 줄서기를 한 기억이 새롭다. 작금에 영국 런던에서 새벽 4시 은행앞 줄서기가 시작되고 있다. 영국 런던이 어떤 곳인가? 미국 뉴욕을 누르고 세계 금융의 메카 자리를 탈환한 곳 아닌가?
런던 다음은 어디일까? 뉴욕?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최근 금융위기의 진원지.
서울, 한국은 어떤가? 예금을 찾기 위해 초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은행이 문을 열때까지 은행앞에 줄서는 사태가 런던처럼 벌어질 가능성은 없을가?
영국 런던 못지 않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여 아파트를 담보로 한 가구당 빚이 급등한 서울, 강남과 영국 런던은 과연 얼마나 틀리다고 할 수 있을가?
금융위기, 신용위기로 발생한 작금의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원인과 처방 만큼이나 일반인들을 머리 아프게 한다.
그러나 철기시대 이후 인간 역사를 통해 증명된 불멸의 자산 보존 방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골드, 금 매입이다.
위기의 시기마다 금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금은 누구나 원하는 귀한 실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인류 역사, 한국 역사가 증명한다. 한국 전쟁 당시 월남인들 가운데 토지문서를 들고 남하한 사람들과 금괴를 들고 남하한 사람들의 부의 역사가 갈랐다는 사실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한국은행이 발행한 원화를 믿고 은행 예금을 찾아 장롱속에 묻어 두면 어떨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한국 원화 역사를 살펴보기를 권한다. 원화 역사는 바로 화폐개혁의 역사다. 화폐개혁 때마다 새벽에 은행앞에 줄을 선 기억이 생생하다. 말이 화폐개혁이지 원화가치를 폭락시켜 땅바닥에 추락시키는 것도 부족하여 지하실 깊숙히 곤두박질치게 한 역사이다. 최근 10만원권 고액권 발행 이야기도 이러한 역사의 일환일 뿐이다.
한 국가의 상대적 화폐 가치는 다른 나라와의 교환, 환전 비율에 따라 물적 가치가 정해진다. 그런데 한국의 화폐가치를 보존하는데 한국은행과 재무당국 관료들은 잠재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IMF 당시 원화가치 유지를 위해 얼마되지 않은 외환보유고 바닥을 들어내 보이고 결과적으로 원화가치를 폭락으로 몰고갔을 뿐만아니라 국가 재정파탄 및 국가 경제 부도를 낸 사람들이 누구인가.
이때의 따끔한 기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은 최근에는 기록적인 외환보유고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 결과 한국은 대부분 미국 국채 등 달러표시 외화자산 2천 수백억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달러화가 각국 통화에 비해 수년동안 40% 가량 폭락한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은 국가 자산을 그동안 늘리기는 거녕 절반가까이 가만히 앉아 까먹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같은 기간동안 선진 중앙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물양의 금 값은 100-200% 급등했다.
한국 원화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의 이러한 실력을 알고도 한국 원화를 은행에서 찾아 장롱속에 보관할 생각이 들까?
영국 런던 노던 락 은행(Northern Rock PLC) 에서 처럼 위기가 닥쳐오면 중앙은행들은 은행예금 인출을 보장해 준다고 큰 소리 친다. 그러나 인출금액은 한도가 정해져 있고 위기 상황이 오면 이미 화폐가치는 가치를 크게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20세기 초반 대공황을 경험한 영국신사 노인들이 과거 기억을 되살리며 오늘도 런던 은행앞에서 은행건물을 뱅뱅 돌면서 끝없이 줄서기를 하는 이유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포에 질린 노인네가 시스템을 신뢰못하는 이유는 바로 시스템에 있다. 영국은 3만 5천 파운드(약 6천5백만원) 예금액 한도안에서 중앙은행이 인출을 보증할 뿐이다. 나머지 금액은 파산 은행에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신용사회에서 화폐는 가치를 갖는다. 그러나 신뢰가 붕괴할 경우 화폐는 그냥 잘 그려진 초상화 조각에 불과하다. 은행과 은행들이 서로 믿지 못하고 거래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구제금융으로 시스템이 겨우 유지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누구를 믿을 것인가. 독일중앙은행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이 구제금융에 나서고 있고 다음에는 어느 나라일까.
너무 암울한 시나리오라고 단정할 수 있을가?
1% 라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눈으로 보이는 믿고 투자할 안전한 은신처 금을 매입하라. 지금은 미국,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금화가 이들이 찍어낸 종이화폐 보다 더 반짝이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필자 이동엽은 ‘한국인을 위한 원자재 실물투자 가이드’ 와 ‘신화의 베일 – 한국 10대 부자 차용규’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