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영재기자] "전국 땅값을 부추긴 건 누군데 툭하면 세무조사야"
한 부동산 중개업자의 푸념이다.
국토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전국의 땅값을 나서서 올려놓고는 `부동산은 반드시 잡아야한다`며 두더지 잡기식으로 세제와 세정의 칼을 빼드는 정부의 모순을 꼬집는 말이다.
그의 불만대로 정부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건설교통부의 신도시 발표가 나오자마자 세무조사로 장단을 맞춘 것.
국세청이 지난달 31일 내놓은 부동산투기 대책의 주된 내용은 서울 은평뉴타운과 마포구 상암, 송파구 장지, 강서구 발산지구 등지의 부동산 불법전매자 127명에 대해 즉각 세무조사에 나서고 최근 신도시 예정지로 추가 선정된 인천 검단·경기 파주 신도시의 부동산 불법거래에 대한 감시 강화다.
정부가 먼저 개발 계획을 발표한 다음 부동산 시장이 가열되자 세무조사로 막겠다는 행태는 그리 낯설지 않다. 그 이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내놓은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도 여러 개다. 대책에는 꼭 부동산 투기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도 명시됐다. 그러나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떨어져야 할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솟았다.
예컨대 부동산종합대책의 결정판이라 불리는 `8·31대책`을 발표할 때 정부는 `투기는 끝났다`고 장담하면서 고강도 세무조사를 천명했지만 대책 발표 후 8개월 사이 서울 강남을 비롯해 서초 송파 목동 등 이른바 인기지역 아파트 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까지 올라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지난 5월 버블 논란이 정점에 달한 이후 안정세를 보였던 집값은 8월 경기 판교 신도시 고분양가 파동 이후 급등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실질 분양가가 평당 1800만원에 달하고 서울 은평뉴타운 역시 주변시세의 2배에 가까운 평당 최고 1500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하자 집값이 오른 것이다. 아파트 상승률은 9월에 0.90%로 가파르게 뛰더니 10월 들어서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2.42%)을 기록했다.
정부의 엄포에도 부동산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은 정부의 이중성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균형발전 전략을 내세워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 등 개발 계획을 쏟아내면서 세금 중과와 세무조사가 무슨 약발이 먹히겠느냐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스스로 투기 붐을 조성해놓고 벌이는 세무조사나 규제 조치는 결국 비용만 초래할 뿐 효과는 희석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용이란 행정 인력에 들어가는 돈 뿐 아니라 국민들을 피곤하게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포함된다.
병주고 약주는 식의 정책이 안그래도 버거운 국민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두더지 잡기식의 정책으로는 어디서 튀어오를 지 모르는 부동산을 절대 잡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