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토건업자 레오나르드 스프라그는 지난 2일 오후 인터넷 한 게시판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보게됐다. "누구든 도와주세요. 저는 지금 미시시피 걸프포트 2203 커서 코트 지역의 조망도가 필요합니다"(ID:ZuluOne)
스프라그는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타적인 욕망과 신기술을 써보고 싶은 충동을 곧장 실행에 옮겼다. 그 지역의 허리케인 이후 이미지를 찾아 허리케인 발발 이전 이미지 위에 이중인화했다. 약 15분간의 작업으로 그는 답을 얻게됐다. "당신 집의 상태는 매우 양호해요. 하지만 불행하게도 몇몇 이웃집은 엉망이 됐네요."
주로 여론의 성토대상이 되곤했던 네티즌들이 허리케인 카타리나에 의한 피해자 및 관계자들에게 커다란 도움과 위로가 되고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네티즌들이 카트리나의 여파로 졸지에 난민이 되버린 수백명의 피해자들에게 거주지 및 거주지역에 대한 피해상황 등을 보다 정확히 제공하도록 돕고있다고 보도했다.
거주지에서 멀어진 피해자들은 해당 지역의 위성 데이타를 볼 수 있는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통해 피해사항 파악에 나서고 있다. 언론 등이 전하는 정보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 그러나 `구글 어스`에는 허리케인 이후 이미지들이 극도로 부족한 상태이고, 바로 이 공백을 네티즌이 메꾸고 있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NOAA)의 원거리 감시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웹사이트(noaa.gov)에 생생한 허리케인 피해지역의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게시해 왔다. 이는 위성 사진이 아닌, 세스너 제트기를 이용해 상공에서 촬영한 이미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만약 한 지역이 온통 물로 덮여 있다면 그 물의 깊이가 얼마인지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지역에 위치한 집들의 피해여부 등은 확인할 수 있어, 정보에 갈급한 피해자들에게 매우 유용하다.
네티즌들은 NOAA 사진의 존재를 알아낸 뒤 구글 어스에 이 사진들이 탑재될 수 있도록 제보했다. 구글 어스 책임자인 존 행크 매니저는 "네티즌들은 구글보다 먼저 NOAA 데이타에 대한 것을 알아내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했다"며 "우리는 이들의 도움에 100%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의 노력에 고무된 구글은 미항공우주국(NASA), 카네기 멜론 대학과 협조해 지난 2일 밤까지 약 4000장의 허리케인 이후 사진들을 구글 어스 데이타 베이스에 등록했다.
마이크 아스렉슨 NOAA 책임자는 "정보 공개와 네티즌의 힘이 놀랍다"며 "9.11 테러 때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피해 이미지를 얻는데 1주일이 걸렸었지만, 이번 카트리나 피해 이미지를 얻는데는 단 24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카트리나 피해와 관계없는 많은 네티즌들이 개별적으로 이같은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디스크 자키 겸 댄스 강사인 더글라스 힐맨은 피해 지역의 조망 사진 약 80장을 만들어 공개했다.
힐맨은 NOAA 웹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이미지들을 구글 어스 툴을 이용해 존재하는 위성사진에 가능한 근접하도록 덧입혔다. 그는 "각각의 사진들이 다른 각도에서 찍혔기 때문에 덧 입히는 작업은 매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뉴욕에 사는 SF 편집자 캐서린 크래머는 자신의 웹사이트(www.kathryncramer.com)에 조망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난주 초반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우려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이같은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언론에 공개된 사진들을 이용해 조망도를 만들었다.
"우리는 가공되지 않은 귀중한 정보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개별적인 재앙 사진들로는 그 지역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그것들이 적절하게 가공됐을 때 상황은 달라진다"고 그녀는 말한다.
홈페이지 www.scipionus.com 또한 구글 어스의 빈틈을 메우는데 한 몫 하고 있다. 그 사이트에서는 전자 압핀을 이용해 구글 지도에 `카지노의 보트가 파괴됐다`, `소소한 폭풍 피해` 등의 메모를 붙여, 피해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스렉슨 NOAA 책임자는 "9.11 테러에서 배운 많은 교훈 중 하나는 지리 데이타에 대한 중요성"이라며 "이같은 중요한 데이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귀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수천통의 매일을 받고 있으며, 모두에게 답변을 주고자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네티즌 캐서린 크래머는 "약 20명의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도왔다"며 "인생에서 받은 것보다 지난 48시간 동안 더많은 감사를 받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