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윤진섭기자] 올해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작용했다. 정부는 `10. 29 부동산 대책`이후 주택, 토지에 관한 각종 후속대책을 내놓으면서 1년 내내 시장을 압박, 전반적인 시장 안정에 주력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세를 유지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마저 중단시켰다는 비난은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지적 속에 하반기 들어 정부는 지방 투기과열지구 부분 해제와 주택거래신고제 해제 등 각종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물론 이는 건설경기 부양을 위한 소극적 조치일 뿐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규제 일변도`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올해 선보인 각종 부동산 정책과 흐름, 그리고 내년도에 시행될 부동산 정책을 점검해본다.
◇4월 주택거래신고제 지정 이후 규제 일변도 지향
상반기 부동산 시장은 10. 29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했던 아파트 가격이 잠실 저밀도 지구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양상이었다. 특히 시티파크와 위브더스테이트 등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이 청약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분양 시장마저 들썩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4월말 서울 강남·송파·강동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4곳에 대해 주택거래신고제를 처음 적용하면서 아파트 시장을 하락세로 돌려놓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용산과 경기도 과천을 추가 지정하면서 이들 지역은 거래가 중단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등 극심한 침체기를 맞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은 과세표준 인상에 따라 취득ㆍ등록세가 종전에 비해 2.5배 이상 급등하면서 아파트값 폭등세를 꺾는 역할을 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시티파크와 부천 위브더스테이트의 청약 열풍 역시 정부가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완전금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그나마 호황(?)을 누렸던 주상복합 시장도 진정세로 돌아서게 됐다.
주택시장이 침체 국면을 맞으면서 시중의 부동자금이 토지시장으로 몰릴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서둘러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도시지역 내 녹지 및 비용도 지역, 비도시지역 임야와 농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기준면적으로 종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각각 낮췄고, 신행정수도 후보지 주변을 중심으로 주택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등을 잇따라 지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전 충청권은 ▲ 대전전역과 충남 천안 아산 공주시, 충북 청주시 청원군 등 10곳은 주택투기지역으로 ▲ 대전 서·유성구 충남 천안 아산 연기군, 충북 청원군 등 15곳은 토지투기지역 ▲ 대전전역과 충남 천안 아산 공주 계룡시 연기군, 충북 청주시 청원군 등 11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 정부가 부동산 보유과세를 대폭 현실화하는 방향으로 재산세제를 개편한것도 부동산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시장 침체 깊어지면서 하반기 들어 완화조치 단행
이 같은 정부의 규제 일변도 규제 정책은 하반기 들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건설 수주와 미분양 증가 등 건설, 주택시장이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정부는 각종 제도의 탄력 운용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들어 해제된 규제 중 첫 번째는 주택투기지역의 부분 해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8월 20일 부산 북구, 해운대구, 대구 서구.중구.수성구, 강원도 춘천시, 경남 양산시 등 7개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에서 처음으로 해제했다.
이어 지난 23일에는 ▲ 서울 중랑구, 서대문구 ▲ 인천남동구, 부평구 ▲ 경기 의왕시, 군포시, 고양시 덕양구, 하남시 등 8곳이며 지방은 ▲ 대전 서구, 유성구, 대덕구 등을 추가로 해제시켜 거래 활성화를 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투기지역은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지역으로, 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양도세 부담이 낮아져 그만큼 거래가 늘어나게 된다.
또 건교부는 송파구 풍납, 거여.마천동, 강동구 하일.암사.길동, 강남구 세곡동 등 7곳을 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 전격 해제했는데 주택거래신고지역이 부분적이나마 해제된 것은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건교부는 이와 함께 부산과 대구, 광주, 울산, 창원, 양산 등 지방 6곳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소유권 이전 등기시까지"에서 `분양계약후 1년 경과시까지로" 완화하고 투기과열지구내 재건축 후분양제도도 일부 완화했다.
◇`10.29 부동산대책` 내년부터 본격화..국회 통과가 관건
정부는 침체된 시장에 숨통을 터주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10. 29 부동산 대책 중 상당수가 내년에 시행이 예정돼 있어, 규제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약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시행될 주요 부동산 정책으로는 종합부동산세 및 주택 가격공시제도, 원가연동제, 채권입찰제,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부동산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등이 있다.
물론 현재 국회에서 종부세,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부동산중개업법 처리가 늦어지고 있지만, 이들 법안은 참여정부의 핵심 법안으로 인식해 반드시 처리할 것을 고수하고 있어 늦어도 내년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법안을 살펴보면 우선 내년 3월 초부터는 아파트 분양 및 택지공급에서의 투기수요 차단을 위해 원가연동제와 채권입찰제가 본격 시행된다.
원가연동제는 공공택지내 25.7평 이하 공영.민영아파트에 대해 지금처럼 택지를 감정가격으로 공급하되 분양가를 적정한 선에서 규제하는 것이며 채권입찰제는 공공택지내 25.7평 초과 아파트에 대해 채권을 가장 많이 사겠다고 하는 업체에 택지를 공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내년 6월 분양예정인 판교신도시도 당연히 적용되는데 앞으로는 턱없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거나 웃돈을 받고 공공택지를 제3자에게 넘기는 행위가 상당부분 사라질 전망이다.
임대아파트 건립을 골자로 한 개발이익환수제도는 현재 국회에서 여, 야간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올해 내 통과는 힘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내년 2월 임시국회내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돼, 통과될 가능성이 커 늦어도 내년 6월 이후엔 시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법안은 재건축 사업승인 이전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으로 늘어나는 용적률 증가분의 25%만큼을 임대아파트로 환수(표준건축비를 주고 매입)하는 대신 인센티브(25%)를 부여키로 했다.
또 이미 사업승인은 받았으나 분양승인을 아직 신청하지 않은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는 용적률 증가분의 10%를 임대아파트로 환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부터 `1가구 3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 방침"도 예정대로 시행된다.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면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때 양도차익의 60%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전망이다.
또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가 미뤄졌지만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조치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제도는 부동산 거래시 중개업소들로 하여금 실거래가에 의한 계약내용을 시.군.구에 반드시 통보토록 하는 것으로 이중계약서 작성 관행이 근절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선진화, 투명화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역점 정책으로 추진한 종합부동산세 및 주택 가격공시제도 등 일부 법안은 여전히 국회 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어 제때 시행이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