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영한기자] 기아차(000270) 노조가 곧 시판될 예정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KM`의 차명에 대해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임단협을 치르고 있는 기아차 노조는 최근 7차 본교섭에서 소형 SUV 신차인 `KM`(프로젝트명)의 차명을 `스포티지`(SPORTAGE)로 확정한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사측에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노조는 "기아차의 1세대 SUV 모델인 `스포티지`의 이름을 KM에 갖다 붙임으로써, 신차의 이미지를 구형(舊型)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로 인해 KM이 잉태되기도 전에 사생아가 될 운명에 처했다"는 우려를 사측에 전달했다.
노조는 특히 "출시 11년이나 된 `스포티지`를 KM의 차명으로 확정한 것은 현대차의 신차 `투싼`을 밀어주기 위해 다분히 의도적인 결정"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즉, KM의 신차 이미지를 깎아내려 결과적으로 투싼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가게 할 목적으로, `스포티지`란 해묵은(?) 차명을 애써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물론 회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과거 해외에서 명성을 떨쳤던 `스토티지`란 차명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따라 KM의 차명을 `스포티지`로 확정했다"는 해명이다.
회사는 더욱이 "신형 `스포티지`는 수출 전략 차종으로 개발됐으며 생산량의 70%가 해외에 수출될 예정"이라며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포티지`를 KM의 차명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지난 93년 출시된 `스포티지`는 그동안 46만4000대가 수출돼 해외에선 큰 명성을 쌓은 반면 내수판매는 9만5000대에 그치는 등 국내에서의 인기는 외국에 비해 크게 못 미쳤다는 평가이다.
그러나 회사 안팎에선 노조의 주장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지적했다. 지난 3월 출시된 현대차의 투싼이 벌써 소형 SUV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KM의 차명이 과거 내수시장에서 이렇다할 재미(?)를 보지 못했던 `스포티지`로 결정됐으니 우려가 나올만도 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기아차 노조의 경우엔 그룹 계열사인 현대차에 비해 전방위적으로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도 KM의 차명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켰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기아차의 신형 `스포티지`는 2000cc급 5인승 SUV차량으로 디젤 뿐 아니라 가솔린 모델도 선보일 예정이며, 현대차의 `투싼`과는 플랫폼(엔진·트랜스미션을 연결하는 자동차의 기본구조)을 공유하고 있는 형제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