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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칼럼] 출국납부금 3천원 인하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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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록 기자I 2025.11.04 05:00:00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정부는 지난해 출국 시 내는 출국납부금을 1만원에서 7000원으로 낮췄다. 국민 부담을 덜겠다는 명분이었다. 인하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부담 완화의 효과는 미미했고, 관광산업의 체력은 오히려 약해졌다.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숨통도 함께 막혔다.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출국납부금은 단순한 부담금이 아니다. 1972년 제정된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 따라 1997년부터 부과되기 시작해 관광 인프라 확충, 지역관광 육성, 중소 관광업체 융자 등 산업의 기반을 지탱하는 핵심 재원으로 쓰이고 있다. 공항, 관광안내소, 공공화장실 등 여행자가 일상처럼 이용하는 시설 대부분이 이 기금으로 유지된다.

이번 인하로 연간 1300억 원의 재원이 사라지면서 한국관광공사 예산은 10% 줄고, 관광기반 확충사업은 80% 가까이 축소됐다. 지역관광 스타트업 지원, 무장애관광 인프라 구축, 관광안전 인력 양성 사업도 잇따라 축소되거나 중단됐다. 지금도 폐쇄된 관광안내소, 줄어든 지역축제, 인력 감축 등 관광산업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출국납부금 인하의 여파가 지역을 넘어 국민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

관광을 단순한 여가활동으로만 봐선 안 된다. 한 지역의 일자리와 도시의 생명력을 지탱하는 산업으로 봐야 한다. 출국납부금 현실화를 관광산업의 복원이자 국가 체질 정상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출국납부금 정상화를 단순히 세수를 늘리기 위한 인상이 아닌 무너진 관광산업의 기반을 복원하는 조치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관광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라지면 그 여파가 길 위의 삶 전체로 번져 국민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출국납부금 인하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지 않는 결정이었다. 일본은 2019년 ‘국제관광여객세(1000엔)’를 도입해 공항과 관광 인프라에 재투자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도 약 2만 원의 출국세를 운영한다. OECD 주요 국가가 부과하는 출국납부금 성격의 세금은 평균 2만 9000원에 달한다.

출국납부금은 세금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봐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3년 “출국납부금은 합리적 특별부담금이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효율성과 공평성, 효과성을 관광조세의 기본 원칙으로 정한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도 “공공 인프라 혜택을 누리는 국민이 그 유지비를 일부 분담하는 것은 공정한 기여”라고 정의했다.

이참에 출국납부금 명칭도 바꿀 필요가 있다. 세금처럼 들리는 ‘출국납부금’을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관광기여금’으로 바꿔야 한다. 명칭의 변화는 단순한 어감이 아니라 제도의 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과 동시에 운용 방식도 정비해야 한다. 거둬들인 금액의 규모는 얼마인지 그리고 어디에 무엇을 위해 쓰이는지 사용처를 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 아닌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는 굳건한 신뢰 기반의 기여금으로 안착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복을 위한 결단이다. 출국납부금 정상화, 관광기여금으로의 전환이 한국 관광의 미래를 다시 세울 첫걸음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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