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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성공으로 영화 배급사인 넷플릭스가 큰 수익을 얻을 것 같다. 하지만 아마도 최대 수혜자는 서울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케데헌’의 인기에 편승해 서울을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관광객이 꽤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횡재를 한 것이다. 당장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 났다. ‘케데헌’을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운 작품”이라고 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입장에서도 정말 ‘케데헌’은 고맙다. 다만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을 방문할 정도로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쏠림 현상은 이미 상당하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을 관광하는 외국인은 많지 않다. 하지만 서울만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에서 외국인 관광객은 경제성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없이 중요한 존재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감소를 경험한 이웃 나라 일본이 이를 절실히 느끼고 지난 10여 년간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올해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시대를 열 것 같다. 우리의 두 배도 넘는 수치다. 10여 년 전 우리보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적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일본이 이런 경이적인 수치를 달성한 데는 전국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골고루 퍼지도록 지역주도형 관광정책을 편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이런 수치는 도쿄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성과다. 관광객 분산이 잘됐음에도 밀려오는 관광객으로 도쿄 시민이 피로를 호소하며 안티투어리즘 현상이 확산하고 있는 것은 관광객 서울 집중이 과도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국인 관광객의 수용 능력을 크게 늘리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지방 분산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더욱이 관광객의 지방 분산은 소멸해 가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더없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로 ‘케데헌’의 무대가 서울만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이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수원 화성이나 경주 동궁·월지는 서울 낙산공원만큼이나 멋진 풍경을 연출할 수 있다. 한강 야경뿐 아니라 부산 광안대교나 해운대, 여수 밤바다, 포항 운하의 야경이었어도 훌륭했을 것이다. 바람이지만 혹 ‘케데헌’ 속편이 만들어진다면 이번에는 전국 곳곳이 배경으로 등장했으면 좋겠다.
‘케데헌’을 보면서 느낀 또 한 가지는 영화에서처럼 남산에 대규모 공연장이 실제로는 없다는 안타까움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규모 전용 공연장이 없다. K컬처라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셈이다.
10년도 넘은 전문 공연장 건립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정책 의지가 결여돼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서울도 이럴진대 지방은 말할 것도 없다. 지자체 간 소모적인 출렁다리 경쟁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서로 힘을 모아 공연장 건립을 하는 것이 서울과 경쟁하는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케데헌’이 떴다고 마냥 좋아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그 효과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고민과 의지를 불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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