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강물·한강뷰 그리고 금투세

김성곤 기자I 2024.10.02 06:00:00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인생은 한강물 아니면 한강뷰”라는 우스개가 있다. 과거 비트코인 투자광풍과 주식시장 활황이 대한민국을 휩쓸었을 때 청년세대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만일 투자에 실패해 깡통을 차게 되면 차가운 한강물에 뛰어들어야 한다. 반대로 대박 수익을 낸다면 파이어족이 되면서 한강뷰가 보이는 고급 아파트에 살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곧 힘이고 권력이다. 현 청년세대들은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2000년대 전후로 출생한 이들은 과거 비정규직의 대명사로 불렸던 88만원 세대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열악하다. 오죽하면 부모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가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사실상 개천용이 불가능한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적잖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필수다. 깊고 깊은 무기력증에 놓인 청년세대들이 몰빵투자에 나서는 건 한국사회의 불편한 진실이다. 모험적인 투자가 아니라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없다는 절망 탓이다. 로또 판매액이 매년 사상 최대라는 뉴스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그저 ‘한탕주의’라고 비판하기에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월급은 제자리인데 모든 게 다 오르는 인플레 시대에 근로소득만으로는 버겁다. 언제부터인가는 점심 한 끼에 1만원도 무서운 세상이 돼버렸다.

대안은 있을까. 불패신화의 부동산은 그야말로 ‘넘사벽’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대출)을 각오했다고 해도 수억원대의 자기자본이 없다면 진입조차 불가능하다. 서울 신축 아파트의 분양 가격은 이제 10억원도 우스운 세상이 돼버렸다. 쥐꼬리만한 이자 탓에 저축은 대안이 못된다. 결국 유일한 탈출구는 투자다. 부동산투자보다는 훨씬 적은 시드머니로 자산을 일궈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가 1400만명이라는 통계는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다만 주식투자 역시 희망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 탓이다. 한국 증시는 세계 주요국 증시와 비교하면 수익률이 처참하다. 오죽하면 전쟁 중인 러시아만도 못하다. “존버” “가즈아”를 외치며 한강뷰를 기대했지만 한강물 수온을 체크해야 하는 동학개미들은 한둘이 아니다.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에는 “국장 탈출은 지능순”, “워런 버핏도 국장에 투자하면 깡통찬다”, “미장은 돈복사기”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더 큰 논란은 바로 금투세다. 한강물과 한강뷰를 놓고 설전을 벌여온 동학개미 대부분이 폐지 또는 유예는 요구하는 사안이다. 예정대로 내년에 금투세를 시행하면 큰 손들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증시가 무너진다는 우려다. 과거 대만의 사례 역시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물론 현 여야 기류를 고려할 때 금투세의 내년 시행은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금투세 시행 또는 유예·폐지 여부는 애초 국회에서 압도적 수적 우위를 지닌 민주당이 키를 쥔 사안이었다. 문제는 민주당의 얄팍한 표 계산과 미적거림이다. 금투세 일타강사로 불렸던 이소영 의원의 용기가 아니었다면 민주당은 ‘부자감세 반대’라는 이유로 금투세 시행을 고수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시장의 보다 건전한 육성을 위해 민주당의 보다 선명하고 조속한 입장 표명을 기대해본다.

(사진=연합뉴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