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7시20분. 화려한 불꽃이 저녁 하늘에서 터지자 시민들의 환호성도 터졌다. 코로나19 유행으로 3년 만에 열린 ‘서울세계 불꽃축제 2022’는 100만여명의 관람객들에 잊지 못할 특별한 감동을 안겼다.
이날 축제가 열린 한강 시민공원은 ‘시민참여 프로그램’인 사전 행사가 시작된 오후1시 이전부터 북적이기 시작했다. 텐트와 돗자리 등을 챙겨 ‘명당’을 찾아 모여든 이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오후3시께에 이미 공원 내 잔디밭 등 돗자리를 깔 만한 자리들이 꽉 찼다. 낭패를 봤다는 얼굴로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밤” 어깨춤추며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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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이탈리아, 한국 순으로 오후 8시30분까지 1시간10분 동안 이어진 불꽃쇼를 사람들은 황홀한 듯 바라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아이를 무등 태운 가족, 어깨를 감싼 연인과 친구들의 얼굴도 불꽃 조명에 환하게 밝아졌다.
‘희망으로 가득한 가을’이란 주제의 일본팀 불꽃쇼 때 하늘에 ‘스마일(미소)’ 불꽃이 그려지자 사람들은 같이 웃었고, ‘신세계’란 주제의 이탈리아팀 공연 때엔 “너무 화려하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사람들은 ‘별 헤는 밤’이란 주제로 마지막을 장식한 한국팀 불꽃쇼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특히 방탄소년단(BTS)과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 BTS의 ‘다이너마이트’ 노래를 배경으로 불꽃이 터질 때엔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서울 신설동에서 온 박모(32)씨는 “우리나라라서 편드는 게 아니라 제일 규모도 크고 화려했다”며 “너무 아름다웠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불꽃쇼가 끝나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남자친구와 함께 왔다는 이모(26)씨는 “오후 5시쯤 왔을 때 사람도 너무 많고, 다리도 아프고 솔직히 짜증났다”며 “그런데 불꽃 터지는 걸 보니까 마음이 다 녹았다, 엄청 크고 진짜 예뻤다”고 했다.
아내와 함께 왔다는 최모(56)씨는 “사람들이 워낙 많이 나와서 괜히 나왔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며 “아내랑 함께 보니까 더 아름다운 밤”이라고 했다. 경기 목감에서 온 문모(28)씨는 “태어나서 처음 봤는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알겠다”며 “기다리기 힘들었는데 너무 멋있다, 감동적이다. 일년에 한번 밖에 못 본다니 아쉽다”고 했다.
◇화장실 건물 위까지 올라 ‘위험’…곳곳 승강이도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선 위험한 장면도 목격됐다. 더 좋은 ‘뷰’를 위해 공원 내 화장실에 올라간 이들까지 있어, “화장실 위에 올라가서 보시는 분 당장 내려와달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흔들리는 좁은 탁자 위에 올라서 멍하니 하늘을 보는 모습도 보였다. 불꽃쇼 시작과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 돗자리며 텐트를 밟거나 치고 가면서 “밟지 마라”, “길이 없는데 어떡하냐”며 곳곳에서 작은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불편을 겪었다. 임시화장실이 설치됐지만 늦은 오후에 들어서서는 20~3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줄이 길어졌다. 일부 화장실은 공용이 아님에도 남녀가 같이 줄을 서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서울세계 불꽃축제는 한화그룹에서 2000년부터 사회공헌 사업으로 꾸준히 진행해 온 축제다. 3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위 호프 어게인(We Hope Again)’을 주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