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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23일 오전 3시 45분쯤 세월호 선체 일부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수습자 가족들은 밤샘 기다림의 피로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전날 오후 8시 50분 선체 본 인양에 돌입한 지 약 8시간 만이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지 1073일 만이다.
조은화(1반)양 어머니 이금희(48)씨와 허다윤(2반)양 어머니 박은미(48)씨는 오전 4시 무궁화호 갑판 2층으로 올라와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양 작업 현장을 지켜봤다. 이들은 첫 단추도 아직 못 꿰었다며 신중한 입장에서 이대로만 가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다만 두 어머니는 기대와 달리 선체 일부가 육안으로 보이지 않자 망원 카메라 렌즈를 이리저리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미수습자 가족을 태운 무궁화 2호는 사고 해역으로부터 1.6㎞ 떨어져 있지만 어둠에 휩싸여 좀처럼 스태빌라이저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때 비가 내렸고 봄치고는 찬 바닷바람에 갑판에서 선내로 돌아와 인양 관련 뉴스특보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다소 눈 밑에 그늘이 졌지만, 표정은 밝았다. 둘은 손을 맞잡고 함께 기도하기도 했다. 한목소리로 “미수습자를 모두 찾는 게 인양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은 잠을 좀처럼 이루지 못했다. 다윤양 아버지 허흥환(53)씨는 전날도 선내 휴게실에서 사실상 밤을 지새웠다. 허씨는 “아직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차분하던 선내는 오전 5시 35분쯤 방송을 통해 해양수산부가 작업 바지선 위에서 촬영해 공개한 선체의 외관을 지켜보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세월호는 녹슬고, 부서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긴 한숨이 새어 나오더니 박씨는 그동안 참아온 울음을 터뜨렸다. 박씨는 “어떻게 사람이 저런 데 있느냐. 제발 찾아달라”며 울먹였다. 한동안 박씨를 달래던 이씨는 결국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씨는 “지금 울 때가 아니다. 딸을 찾고서 울어야지” “아직 할 일이 많다”라고 다독였다.
박영인(6반) 아버지 박정순씨와 어머니 김선화씨는 팔짱을 낀 채 바다를 바라봤다. 미수습자인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53)씨는 마음을 졸이며 자꾸만 선내와 갑판을 오갔다. 은화 아버지 조남성(55)씨는 화면을 사진으로 찍고는 눈을 찌푸려가며 영상을 통해 드러난 세월호 선체 모습을 바라봤다.
해수부에 따르면 오전 4시 47분 기준 세월호가 해저면에서 높이 약 22m에 도달한 상태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해상에서 안전지대에 있는 반잠수식 선박에 옮겨싣는 후속인양작업을 지켜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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