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최대 주류 전문기업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주식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하이트진로(000080)가 반격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시장 점유율 회복과 함께 소주와 맥주부문의 영업통합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바닥권 탈출의 기대감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 3월 중순까지 3만4000~3만5000원대를 오가며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후 주세 인상 등 정부의 규제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약세로 돌아선 뒤 실적 부진 우려까지 불거지며 지난 15일에는 2만8000원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현재 주가는 3만1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실제 뚜껑을 열어 본 1분기 실적은 예상대로 부진했다. 매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 줄어든 4232억원에 그쳤다. 올해 초부터 영업조직을 통합하면서 맥주 부문의 영업 공백이 생긴 여파가 컸다. 그나마 영업이익은 지난해 단행한 가격 인상과 조직 통합에 따른 마케팅 비용 감소로 선전, 15.4% 늘어난 47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국내 내수 주류시장의 부진에 더해 하이트진로를 괴롭힌 것은 소주와 맥주시장 점유율 하락세였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38.2%를 기록,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졌다. 같은 달 소주시장 점유율 역시 39.9%로, 40%대 선이 무너졌다. 이에 하이트진로의 영향력이 추세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러나 3월 소주와 맥주 점유율이 각각 51%, 43% 수준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불안감은 해소되는 분위기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가수요 발생으로 쌓인 재고물량이 소진되는 2분기 이후는 판매량이 회복될 것”이라며 “특히 계절적 성수기 진입으로 2분기 이후 맥주 소비량 급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적잖은 진통을 겪었던 맥주와 소주 영업조직 통합도 비용 절감과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조직 효율화를 위해 노동조합의 반대를 무릅쓰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아직 영업통합과 성과평가시스템 개선이 진행 중이긴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그 성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게 기대다.
우창희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 시너지가 나타나면서 맥주부문의 점유율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며 “지난해 가격 인상을 고려할 때 연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올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3%, 25% 늘어난 2조932억원, 20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일각에선 조직 통합 이후 맥주부문의 영업력 개선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백운목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맥주부문에서 통합 영업 효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多)브랜드 전략이 실패할 공산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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