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용량 김치냉장고로 분류됐던 400리터대 제품의 판매량은 전체의 10%에 미치지 못했다. 7~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500리터대가 대거 출시됐음에도 400리터 이상 대용량 제품의 판매량은 지난해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케팅을 집중했던 초대용량 김치냉장고가 실제 판매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김치냉장고의 용량 경쟁은 유독 두드러졌다. 위니아만도(딤채), 삼성전자(지펠아삭), LG전자(066570)(디오스) 등 주요 업체들이 올해 내놓은 최대 용량 제품은 각각 553리터, 567리터, 565리터다. 한해 사이 각각 85리터, 59리터, 157리터나 커졌다. 500리터대면 2~3년 전 일반 양문형 냉장고의 평균 수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용량 김치냉장고의 주류는 300리터대였는데, 급격하게 커졌다. 김치 외에 야채·과일·잡곡 등도 보관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게 업계의 논리다.
다만 시장성은 미지수다. 1인 가정이 급증하는데다 포장김치 등의 인기 때문에 김장 수요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FNF 종가집의 올해 여름(7~8월) 포장김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정도 증가하기도 했다.
가전업계는 냉장고에서 시작된 업체간 용량 싸움이 김치냉장고까지 번지면서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됐다고 해석한다. 특히 ‘초격차(超格差)’의 대명사인 윤부근 삼성전자(005930) 사장이 올해부터 생활가전을 직접 챙기면서 업체간 신경전이 불거졌다. 초격차란 경쟁업체가 넘볼 수 없는 경쟁력을 뜻하는 삼성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500리터 중반대 김치냉장고는 본연의 ‘서브 냉장고’라는 역할이 무색한 수준”이라면서 “전력 대란 시대에 24시간 틀어놓는 냉장고 제품의 용량이 급격하게 커지면 소비전력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