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숙현 기자] "(거시건전성 정책과 관련) 환율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도록 보다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로 이행하고 환율 유연성을 제고하며 각국의 경쟁적인 통화 평가절하를 자제한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입 변동성으로) 과도한 조정부담에 직면할 경우, 충분한 외환보유고가 있고 변동환율제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된 신흥국들의 정책대응은 주의 깊게 설계된 거시건전성 규제 수단을 포함할 수 있다."
지난 12일 발표된 G20 서울정상회의 합의문에서 언급된 `환율유연성` 및 자본유출입 규제를 위한 전제조건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당초 `환율유연성`(enhancing exchange rate flexibility to reflect underlying economic fundamentals)이라는 단어가 정상회담문에 언급됐을 때,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라고만 표현됐던 경주 재무장관 회담(6월 22-23일) 코뮈니케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위안화 평가절하 논란으로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에 이 문구를 적용해보면, 위안화 평가절하에 기댄 수출경쟁력으로 과도한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 위안화를 절상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고정환율제가 아닌 변동환율제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할 경우 더더욱 중국을 겨냥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반면 각국의 `적절한 개입`을 용인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면 말은 달라진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환율유연성이라는 표현은 각국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며 “신흥국의 경우 개입할 수 있으면 개입하고, 그것에 대해 다른 나라가 비난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황인성 상무(연구위원)도 “환율유연성이라는 표현만 보면 시장결정적인 환율제도만을 언급했던 경주합의보다는 완화된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각국에 여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일각에는 환율유연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난 6월 개최된 토론토 정상회담에서 이미 나왔던 표현이고 재무장관 코뮈니케와 `같은 표현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G20 정상들은 신흥국들이 급격한 자본유출입으로 거시건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할 경우 외국인 채권 과세나 은행부과금 등 이에 대한 규제책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자유시장에 원리에 역행하는 자본규제"라는 일방적인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충분한 외환보유고가 있어야 하고 ▲변동환율제하에서 환율의 고평가가 심화될 경우라는 2가지 조건이 그것.
하지만 이런 전제조건은 상당히 추상적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재정부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보유고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지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며 “추상적인 조건으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각국이 자의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