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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 즐기는 영화제, 바로 이거야” 제천선 음악영화·충무로선 고전걸작

경향닷컴 기자I 2009.07.17 12:40:00

정동진선 밤마다 독립영화 속으로


 
[경향닷컴 제공] 영화관은 좋은 피서지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원하고 어두컴컴한 객석에 앉아있으면 한낮의 무더위는 잊을 수 있다.

익숙한 영화를 비슷한 방식으로 상영하는 개봉관이 아니라 영화제로 시야를 넓혀보면 더 큰 즐거움이 있다. ‘국내 유일의 휴양영화제’를 표방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여름 관객을 유혹한다.

◇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200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출범했을 때, 시선은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 음악영화라는 낯선 테마, 소도시 제천의 낮은 인지도,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중순이라는 개최 시점 등 불리한 조건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의 성과는 성공적이다. 방문 연인원은 5만명(제1회)에서 12만명(제4회)으로 늘었다. 음악영화라는 익숙지 않은 장르를 내세운 건 오히려 유행을 앞서 읽은 셈이 됐다. 해외 독립영화로서는 공전의 인기를 끈 <원스> <로큰롤 인생>이 이 영화제의 개막작이었다. 올해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JIMFF가 배경이다. 부산영화제의 열정, 전주영화제의 학구적 분위기가 아닌, 제천음악영화제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가 영화에도 묻어났다.
 

 
올해 개막작은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를 감독한 조 라이트의 신작 <솔로이스트>다. 기자(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정신분열에 빠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제이미 폭스)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 본사와의 조율이 까다로운 직배사 작품이 개봉도 하기 전에 소규모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뮤직 인 사이트’ 섹션에서는 음악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살사의 여왕 셀리아 크루즈, 재즈 베이스 주자 찰리 헤이든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작품을 상영하는 ‘주제와 변주’ 섹션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와 관련한 영화를 모았다. 쿠르트 마주어, 다니엘 바렌보임, 데이비드 진먼, 구스타포 두다멜 등 세계의 신·구 명지휘자들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영화제가 JIMFF다. 14~17일 매일 밤 ‘원 썸머 나잇’이란 이름의 콘서트가 청풍호반에서 열린다. 특히 14일 밤에는 오후 8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5시에 끝나는 ‘올 나잇’ 콘서트가 펼쳐진다. 부활, 더블유앤웨일, 김장훈, 김창완밴드, 말로 등이 노래한다. 17일엔 미국의 80대 노장 색소폰 주자 베니 골슨이 연주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터미널>에서 동유럽 소국의 시민 톰 행크스가 미국에 와 사인을 받으려 한 뮤지션이 바로 베니 골슨이다. www.jimff.org

◇ 그외 영화제들 = 고전영화의 복원과 신작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1, 2회엔 고전, 이번엔 신작 소개에 방점을 찍었다. 개막작으로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의 연출 데뷔작이자 이와이 슌지 등 유명 감독도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가 선정됐다. <공포의 보수> <오데트> <알파빌> 등 서구의 걸작 고전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고, 주연작만 506편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신성일 회고전,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 회고전도 준비돼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 작품을 강릉 정동진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상영하는 야외 영화제다. 매일 밤 8시부터 상영을 시작하며, 올해는 총 23편(장편 1편, 단편 22편)의 최신 독립영화가 선보인다. 유일한 시상 부문인 ‘땡그랑 동전상’은 관객이 마음에 드는 영화에 동전으로 투표하는 형식이다. 동전을 가장 많이 모은 작품이 모든 동전을 ‘싹쓸이’한다.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잊혀진 명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쉘부르의 우산>의 자크 드미, ‘B급 액션 영화’의 장인 돈 시겔의 특별전이 열린다. 총 상영시간 7시간에 달하는 <전쟁과 평화> 4부작 무삭제판은 유럽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모스 필름의 작품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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