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탐방)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

하정민 기자I 2003.05.30 10:01:00

3년만에 흑자달성 목표.."도운 사장 영입으로 재기 자신"

[edaily 하정민기자] "지난 2년동안 부진한 실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적잖은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만 LCD 장비시장 진출, 트렁 도운 대표이사 사장 영입 등으로 올해에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선을 다한 실적으로 투자자들의 평가를 기다리겠습니다" 화학증착장비(CVD) 생산업체 주성엔지니어(36930)링의 황철주 사장은 30일 edaily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년간을 생애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주성의 모든 직원들과 합심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있다"고 강조했다. 2001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면치못했던 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분기에 매출 103억원, 당기순이익 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부활의 날개를 편 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제품인 CVD 외에 LCD용 플라즈마화학증착장비(PECVD)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고있다. PECVD는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CD 생산업체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생산라인 증설로 각광받고있는 장비다. 황 사장은 "올해 매출 650억원, 영업이익 38억원, 순이익 22억원을 목표로 하고있다"며 "올 매출의 40%이상을 LCD장비 부분에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 전 부사장 공동대표로 영입 최근 주성엔지니어링은 세계 2위의 D램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의 전 부사장 트렁 도운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키로 했다고 밝혀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몇몇 대기업에서 해당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를 임원급으로 영입한 적은 있었지만 중소기업이 CEO로 영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도운 신임 사장은 베트남 출신으로 인텔, 필립스, 지멘스, 마이크론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에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한 정통파 엔지니어다. 마이크론 부사장 시절에는 200여개의 특허를 등록하며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최고의 발명가로 선정되기도 했고 반도체 소자 및 장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소지하고있다. 미국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영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그는 소수민족 출신으로는 드물게 최연소 마이크론 부사장이 되기도 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도운 사장은 다음달 27일 임시 주총에서 등재임원으로 공식 선임돼 대표이사로 취임할 예정이다. 황 사장은 "저는 LCD 및 장비개발 분야에 전념하고 도운 대표는 해외영업, 마케팅, 연구개발(R&D) 센터 총괄책임자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이사회 기능을 더욱 강화해 공동 사장이 회사를 운영할 때 생길 수 있는 의사결정 혼란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론에 장비를 판매하며 도운 사장을 고객으로 만나 오랜동안 친분을 쌓아왔지만 친분 관계만으로 영입이 가능했겠느냐"며 "주성엔지니어링의 가치와 향후 가능성을 평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근무하기가 쉽지않을텐데 흔쾌히 결정을 내려준 도운 대표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조건으로 영입하지도 않았다"고 웃었다. 도운 사장은 2년 후부터 행사할 수 있는 3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으며 임시 주총 전일인 다음달 26일 종가를 기준으로 행사가격이 결정된다. ◇활발한 해외진출 통해 매출다변화 달성 주성엔지니어링은 도운 사장을 계기로 명목 상에 불과했던 글로벌 비지니스를 본 궤도에 올리겠다고 벼르고있다. 도운 사장이 세계유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풍부한 경험과 인맥을 구축해놓은 상태여서 연구개발 및 해외영업 능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거대 다국적 회사에서 몇십년을 근무한 외국인 사장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방식이나 회사운영도 `글로벌스탠더드`로 바꾸고 제품개발도 처음부터 내수가 아닌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반도체경기 침체를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매출처 다각화에 힘쓰는 이유는 또 있다. 반도체 웨이퍼 위에 얇은 막을 입히는 CVD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창사 4년만인 99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이후 코스닥 시장의 활황과 함께 2000년 초 주가가 13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 130만원)에 달하는 등 연일 `코스닥 황제주`로 언론 지면을 도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주 거래선이던 삼성전자(05930)와 납품문제로 마찰을 빚은 후 거래가 끊겨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다. 뒤이어 닥친 세계적인 IT불황은 주성을 더욱 곤경 속으로 몰아넣었고 급기야 지난해 87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운 사장 영입으로 삼성전자와 거래를 재개할 발판이 생기지않겠느냐는 기대마저 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와의 거래재개 여부를 묻자 황 사장은 "제가 답할 성질이 아니며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승부하겠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PECVD의 경우 경쟁업체가 미국 AKT(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자회사), 유럽 유넥시스 2개 밖에 없다"며 "이 두 회사가 전 세계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장치공급자 위주의 독특한 시장을 형성하고있어 좋은 제품만 만든다면 모든 것이 잘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편 황 사장은 "국내 LCD업체에 비해 후발주자인 대만 업체들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5세대 2기라인 투자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우리 장비에 관심이 많다"며 "6세대 라인을 가동할 국내업체의 경우 주성 장비를 사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밝혀온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 외 일본 업체 1곳과 대만 업체들과 협상을 진행중"이라며 "특정 기업에 지나치게 매출을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경험한만큼 해외수출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성의 장비가 해외기업 제품과 대등하게 경쟁을 하려해도 한국의 조그만 중소기업이라는 이유로 세계시장 진입에 많은 난관이 있었다"며 "도운 사장영입으로 이같은 애로사항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사주매입·증자계획 없다"..실적으로만 승부 황 사장은 "작년 매출부진때문에 주성엔지니어링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까 우려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나 기우에 불과하다"며 "5월말 기준으로 현금만 21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외화도 평균 500만달러(60억원)를 가지고있다"고 강조했다. 사내 유보자금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므로 별도의 증자계획은 없으며 유동성 때문에 외자유치나 전략적 제휴를 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중국합자법인 설립을 취소한 것과 관련 "당초 예상한 것보다 중국의 산업환경이 매우 낙후돼있고 발전속도도 늦더라"며 "등록기업으로써 이미 공표한 사실을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않았으나 주주 이익과 회사 발전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라도 취소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예고를 받았지만 주성의 귀책사유가 없다는 것을 인정받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하기전 많은 지인들이 `잘못 갔다간 돈도 기술도 다 뺏긴다`고 했는데 큰일 날 뻔 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었으므로 향후 해외진출은 더욱 성공적으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 사장은 "주가는 기업의 성적을 반영하는 성적표"라며 "자사주 매입 등 특별한 주가부양책을 쓰기보다는 실적으로 승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외 경기나 각종 이슈사항에 영향을 받겠지만 기본적으로 실적이 좋은 회사여야 악재에는 영향을 덜 받고 호재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않겠느냐"며 "최선을 다한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주가부양책"이라고 덧붙였다. 적정주가와 관련 황 사장은 "지난 4월 도운 사장이 내한했을 때 우리 회사 주가가 얼마나 갈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최소한 2만원이라고 답하더라"며 "이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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