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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화장품, 못 사서 난리더니…K뷰티 제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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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기자I 2025.11.17 05:35:01

[C뷰티의 공습]②中화장품 직구, 6개분기 연속 증가
中화장품 작년 수출 10.8%↑…동남아·유럽 등 늘어
"돋보이고픈 Z세대, 화려한 색상·용기의 C뷰티 관심"
"동남아는 이미 C뷰티 우세…일부는 K뷰티 압도할 것"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패키지는 예술이고, 색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예쁜데 가격은 말도 안되게 착해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코덕(코스메틱 덕후)’이라면 패키지를 보자마자 가슴이 웅장해지고 갖고 싶어지는 화장품.”

온라인상에서 중국 화장품(C뷰티)을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들이다. C뷰티는 ‘틱톡’과 ‘더우인’ 등 숏폼 플랫폼에서 활발히 공유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들이 사용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친숙한 20대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는 모습이다.

특히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들은 ‘알리 익스프레스’나 ‘타오바오’ 등을 통해 C뷰티 제품을 직구로 적극 구매하고 있다. C뷰티 브랜드의 특징은 주로 화려한 패키지와 문양, 그리고 반짝이는 펄 효과로 SNS에 최적화한 색조 등을 꼽는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中화장품 직구 6분기 연속 증가…창의적 색상·패키지 돋보여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이달 초 공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직접 구매액(해외직구)은 1조 4141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동기대비 19.9% 늘어난 수치로 전체 해외 직구 규모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도 작년 3분기 60.7%에서 1년새 5.9%포인트 상승한 66.6%로 확대됐다. 올해 3분기 중국 화장품 직구 규모도 791억 6300만원으로 지난 2024년 1분기(492억 3000만원)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올 3분기까지 직구 규모는 2284억 9200만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직구액(2304억 5700만원)에 육박한 상태다.

Z세대들이 중국 화장품, 그 중에서도 색조 화장품 직구에 적극적인 이유는 한국 제품과 확실한 차별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융합대학원장은 “중국 화장품 회사들이 한국 화장품에선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이고 선명한 색상의 색조 화장품을 선보이는데다 패키지도 특별하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어서 Z세대들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중국 화장품을 찾는 이유가 가성비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돋보이고 싶어서 찾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Z세대들도 이같은 차원에서 중국 화장품 인기를 설명한다. 플라워 노즈 팝업에서 만난 대학생 김혜령(20) 씨는 “너무 예뻐서 직구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고 해서 찾아왔다. 한국 브랜드는 1만원대에도 립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곳은 최소 2만원 이상이어서 많이 사지는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예술품 같은 패키지로 고급 화장품을 지향하는 플로라시스 제품들.(사진=플로라시스 홈페이지 캡처)
C뷰티, 동남아 시작으로 영역 확대…플라워 노즈 한국 진출은 신호탄

C뷰티 업체들은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왔으며 최근에는 일본과 유럽에 이어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화장품 연구원들을 대거 영입하고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한국 ODM(연구·개발·생산) 업체에서 제품을 생산하면서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자신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중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해마다 늘고 있다. 중국의약보건품수출입상공회의소(CCCMHPIE)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화장품 수출액은 72억달러(한화 약 10조 3700억원)규모로 전년대비 10.8% 증가했다. 특히 10대 상위 수출국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는 중국처럼 라이브방송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뷰티 업체들은 최근 해외시장에 맞춘 단독 제품을 선보이는 등 해외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 큰 성과는 없지만 카드캡터 체리 등 현지에서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협업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대(對) 영국 화장품 수출 규모가 전년대비 16.3% 증가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나타났다.

주디돌은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쿠션 립 파우더 크림 제품은 15가지 색상으로, 자외선 차단 쿠션은 7가지 톤으로 확대했다. 주디돌의 자매 브랜드 주시는 아예 해외시장 전용으로 립 오일이나 립 라이너 등의 신제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동화 속 공주풍 패키지로 알려진 플라워 노즈는 최근 중국 뷰티 대기업 중 하나인 프로야로부터 수억 위안의 투자금을 유치해 해외 진출에 활용할 계획이다.

화려한 전통 중국 문양을 적용해 예술품 같다는 평을 듣는 플로라시스는 ODM 업체 생산이 많았으나 지난해부터는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해 자체 생산을 늘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C뷰티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면 해외 진출이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플라워 노즈가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을 연 것도 해외 관광객들을 노린 마케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실제로도 당시 팝업 방문객의 절반 가량이 외국인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생활건강(051900)을 거쳐 중국 현지 기업과 메디힐 등에서 근무한 홍진석 라운드랩 최고마케팅책임자는 “일단 가성비가 중요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지금도 그렇지만 C뷰티 브랜드의 경쟁력이 (K뷰티 브랜드보다) 앞으로 더 높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에 가보면 이미 상품 진열이나 디자인 등에서 K뷰티보다 앞서가는 브랜드들이 눈에 띈다. 장기적으로 일부 품목은 C뷰티가 K뷰티를 압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에서만큼은 K뷰티가 계속 우세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혜원 카카오벤처스 뷰티 전문 선임심사역은 “C뷰티의 품질이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고 감성, 가격대 등도 많이 상향됐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관심 있어 하는 소비자들은 주류가 아닌 일부인 듯하고 품질 문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K뷰티가 잘되는 곳은 미국인데 C뷰티가 미국에서 주류로 올라서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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