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미국발 고관세 충격은 완화됐으나 대신 대규모 대미 투자가 초래할 수 있는 국내 산업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해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등 관세 부담을 덜어주는 대가로 우리 정부가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정부의 현금 투자 2000억달러와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업 투자 1500억달러를 합친 대미 투자펀드 규모일 뿐이다. 이와 별도로 삼성과 현대 등 우리 기업들이 1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와 기업의 국내 투자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관세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약속한 대미 투자액은 모두 합쳐 5000억달러에 이른다. 이를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우리 돈으로 716조원이나 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728조원에 근접한다. 물론 그 많은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때 전액 선불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우리 정부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해 현금 투자 부분을 향후 10년간 분할해 대미 투자펀드에 납입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연도별 상한액도 200억달러(약 28조 6000억원)로 설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상한액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직접투자액 220억 8000만달러의 90%를 넘는다.
이런 대규모 대미 투자가 미국에만 좋은 것은 아니다. 그 돈으로 진행될 구체적 사업과 관련된 국내 기업들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미국으로 쏠리면서 국내 투자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지난해 국내 10대 제조업 분야 연간 투자 실적 114조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정부가 미국에 보내고, 추가로 그에 버금가는 규모의 돈을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해야 한다. 이로 인한 국내 투자 위축 및 산업 공동화, 고용 부진 등 충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국내 투자 활성화와 고용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넋 놓고 있다가 후폭풍을 막을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성장 부문에 초점을 두면서 전반적 산업 부흥을 도모할 대책이 필요하다. 외국인직접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